당신이 가시던 날은 유난히 따스했습니다. 당신은 모르셨겠죠? 새로운 곳으로 떠나실 준비에 여념이 없으셨을 테니까요.
당신의 몸이 이 땅에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동안, 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가시는 길에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서요.
이른 시간의 햇살이 제게 살갑게 다가옵니다.
모든 것을 빛나게 하고 따스함을 전해주는 햇살.
상처 난 나무의 붉은 잎이 햇살 받아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슬그머니 제 옆을 지나가는 바람이 푸근한 솜이불 같습니다. 저는 당신께 드릴 것을 금방 찾았습니다.
붉은 잎과 바람을 마음에 담아 당신께 드립니다. 붉은 잎은 꽃이 되어 당신 손에 들리우고,
따스한 바람은 당신 태울 마차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당신을 보내드립니다.
당신이 돌려보낸 바람에 미처 내리지 못한 당신이 남아있습니다. 당신의 웃음이, 꼿꼿한 음성이.
며칠 전 암으로 투병 중이셨던 권사님께서 소천하셨다. 마침 시간이 있어서 발인 예배를 드리고 장지를 따라갔다. 화장장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난 혼자 밖으로 나왔다.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아빠가 계시던 요양병원 1층에는 정원처럼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 있었다. 아빠는 한 번도 그곳을 거닐지 못하셨다. 그 아름다운 정원을 눈에 담지도 못하셨다. 그 아쉬움이 지금껏 마음에 남아있다.
권사님이 돌아가신 날도, 발인을 하는 날도 유난히 햇살이 따스했다. 화장장 앞, 이른 아침의 햇살과 그 햇살에 비친 자연은 속 깊은 아이처럼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아니, 유난히 더 아름다웠던 것 같다. 마치 권사님을 위한 따스함과 아름다움 같았다. 그때의 마음을 담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