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자유롭게
오늘은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따스하게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운동 삼아 거리를 걷는데, 내 귀에는 내가 만든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사 속 '지금 이 순간 감사해'라는 말이 마음에 울림을 주며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사람의 심리가 뻔한 거짓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진짜라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난 내가 만든 노래를 수도 없이 듣는다. 가사가 다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힘겨운 순간도 언젠가 빛날 거라고 말한다. 희망고문 같은 것은 아니다. 난 우리를 사랑하시는 신의 선하신 계획을 믿기에 진짜 그렇게 생각한다.
신나는 걸음이어서 그런지 차가운 이 계절도 내 눈에는 여전히 아름답다. 나뭇가지에 마른 잎들이 꽃처럼 달려 있고, 바람에 흔들리는 노랑빛깔의 나뭇잎이 나비 같다.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것저것 사진을 찍었다.
학교 앞에서 찍은 철조망 사진의 배경을 제거하고 나비 같은 나뭇잎 사진을 넣었다. 제목의 사진처럼.
찍어온 사진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짓궂은 생각이었다. 나비를 철조망 안에 가둬보면 어떨까?
아마도 내 무의식 속에 현실적인 제약을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눈에 그 나비는 그 안에서 여전히 자유로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을 그리며 마음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런 나비일지도 모른다. 상황과 환경이라는 철조망 안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무언가 우리를 가로막는 것 같아도, 마음의 자유까지 빼앗길 필요는 없다. 그 안에서도 우리는 상상할 수 있고, 마음만은 자유롭게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다.
사진을 편집하고 나서 위의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의 제목은 분홍립스틱이다.
오일 파스텔로 파란색 계열, 초록색 계열, 보라색 계열로 나누어 칠하고, 그 위에 듬성듬성 분홍립스틱을 칠했다. 흰색 아크릴 물감으로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않은 꽃을 그리고, 주위를 펜으로 동글동글하게 무늬를 넣어 마무리했다.
매번 비슷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린 이 그림이 마음에 든다. 분홍빛 낭만과 아름다움, 경계 없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AI에게 이 그림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물어봤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내면의 에너지와 조화가 느껴진다고 한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그림을 그려라.'
처음엔 나도 내가 뭘 그리고 있는 지도 모르고, 그림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아서 그래야 할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려놓은 그림들을 보면서 알게 됐다.
이 계절, 꽃을 대신하는 마른 잎처럼, 내 손은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다는 것을.
왼쪽에 보이는 것은 택배 보내려고 낙서한 것 위에 심심해서 볼펜으로 그 틈을 메우다가 그리게 됐다. 그리고 오른쪽에 보이는 두 개의 그림은 나도 뭘 그렸는지 모르지만 뭔가 강력한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강력한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을 때, 그 에너지는 열정이기도 했고, 분노이기도 했다.
AI가 말한 '조화'는 자연스러운 조화가 아니라 긴장 속 조화다. 언제든 신의 사랑을 기억하지 않으면 깨질 조화.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다. 다툼과 분열, 상처와 고통 속에서 우리 모두는 철조망 안의 나비 같은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얽힘과 풀림을 통해 성장을 꿈꿀 수 있고 마음은 자유로울 수 있다.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고, 희망으로 날개를 펼칠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현실의 철조망 속에서도 마음속에서는 언제든 자유로이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