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살 때, 3년쯤 지나 팔면 반값도 못 받는다는 걸 모르고 샀나?
또 한참을 후회하며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어린 시절이 또 생각이 난다 50이 다 된 지금 오늘날까지 옛 시절 차를 몇십대나 갈아 치웠다. 엑셀부터 다마스. 각코란도. 스타렉스. 마티즈. 엑티언.. 생각해 보면 가난하고도 어설픈 카메니아였다.
군대를 제대한 후 첫차를 13년 된 구형 코란도로 시작했다. 배선이 오래되어서 각종 라이트가 껌뻑거리며 노랗게 점등되어 있는 계기판인 줄 알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150에 들였던 그 구형 코란도가 생각이 난다.
오래되어 유격이 생겨 운전대는 흐느적거리며,
클러치를 힘껏 밟지 않으면 3단 기어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고,
창문은 수동으로 열어야만 했고,
더운 바람은 나왔으나 찬바람이 나오지 않고,
엔진 밑에는 오일이 새서 시커멓게 그을린 듯했지만
그때만 해도 차를 가진 친구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코란도가 내 품에 들어오던 날 나는 세상을 다 얻은 황홀감에 빠졌다. 그리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온몸에 쌌다.
첫 차를 얻은 날,
그날은 집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차에서 저녁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하룻밤을 코란도와 같이 했다. 아마도 차박유행의 선구자가 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동네 선배의 카센터를 전전긍긍하며 배선과 그 외 수리를 해야만 했다. 돈이 없던 시절이라 부품을 매일같이 폐차장을 다니며 구해야 했다. 폐차된 차들 중에는 멀쩡한 액세서리도 많이 붙어 있는 것도 더러 있었다. 재수 좋게 싼값에 부품과 액세서리를 가지고 와서는 들뜬 마음으로 동네 선배에게 향하곤 했었다.
에어컨은 있었으나 찬바람이 나오지 않던 차를 불과 몇 만 원으로 시원한 에어컨의 냄새를 맡았을 땐 사하라 사막이 무섭지 않다고 옆에 있던 친구에게 외쳤었다.
마치 그 냄새는 수영장에 들어갈 때 나는 물소독 냄새와 같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 때다.
세월이 많이 흐른 요즘도 물 비린내 섞인 차 에어컨 냄새를 참 좋아한다.
(차 안에서 틀어놓은 에어컨을 바람은 그대로 두고 에어컨 스위치만 끄면 1분 뒤면 언제라도 맡을 수 있다)
오늘 새 차가 오는 날이다. 반복된 일상처럼 타던 차는 매매를 해야 한다.
참 아깝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는 순간이다.
3년이 조금 넘었지만 딜러는 반값도 못준단다. 그들이야 새 차를 팔면 그만이고 중고차 값이야 말로 던지면 그만인 것을.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이 실수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를 사고, 타고, 수리하고, 떠나보내는 과정 속에서 나는 즐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새로운 차를 맞이하며 같은 생각을 하겠지.
‘이번에도 반값도 못 받겠구만...’
그러면서도, 나는 또다시 새로운 차를 타고 길을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