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글러

나의 드림카

by 종호날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품은 '로망의 차'가 한 대쯤은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동네의 한 젊은 아저씨가 몰던 '지프 랭글러'를 처음 본 순간, 그 투박하고 터프한 매력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강렬한 기억 덕분에 저의 첫차는 랭글러를 닮은 구형 '각코란도'였습니다. 하지만 진짜 랭글러에 대한 갈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마흔셋이 되던 해, 저는 꿈에 그리던 하늘색 랭글러를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출고일은 11월, 강원도에 첫눈치고는 꽤 많은 눈이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를 기다렸지만, 제 눈앞에 나타난 건 반짝이는 파란 신차가 아니었습니다. 눈길을 뚫고 오느라 염화칼슘으로 뒤범벅이 되어, 마치 중고차처럼 낡아 보이는 모습으로 도착한 것입니다.

그때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영업사원에게 세차비 명목으로 현금 10만 원을 받고 나서야 겨우 쓰린 속을 달래고 운전석에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만난 랭글러와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습니다. 9년이 지나 작년에 차를 팔 때 계산해 보니, 그동안 쓴 기름값이 차값보다 더 나올 정도였더군요. 기름값만큼이나 정(情)도 깊게 들었던 탓일까요? 지난 작년, 녀석을 떠나보내던 순간이 얼마나 씁쓸하고 허전했는지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