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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윤지 Jun 12. 2023

목판화와 피자 박스는 조화로울 수 있을까

동시대 아티스트 #일본편 ⑦ 토모카즈 마츠야마 


토모카즈 마츠야마(Tomokazu Matsuyama, 1976~)는 뉴욕과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한다. 미국 휴스턴 보워리 월, 일본 신주쿠, 중국 충칭 등에 설치된 작품으로 '공공미술의 아이콘'으로도 불린다. 특히 최근 3-4년 사이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작품 평균가만 해도 2020년에 비해 2021년 657.22%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미술시장을 사로잡은 그 매력은 무엇일까? 



일본 전통 요소: 우키요에 & 화조풍월


일본 전통 문화 요소와 미국 대중문화적 색채가 균형적으로 뒤섞여있다 / 마츠야마, 'Another Believer'(2021), ⓒartsy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납작하다'는 인상이다. 화려한 색채와 다양한 패턴이 있지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명암이 두드러지지 않고, 작품 속 사물과 사람의 경계선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마츠야마가 표현하는 이 '납작함'은 17세기 일본 에도시대에 유행했던 판화 '우키요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에도시대에 그려진 대표적인 우키요에 작품. 가쓰시카 호쿠사이, '후카쿠 36경: 가나가와의 거대한 파도'(1825), ⓒMedium

우키요에는 당시 대중을 상대로 대량 생산되었던 목판화 방식이다. 강렬한 색채와 평면적 구성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주제 역시 대중을 고려하여 여인, 풍경 등 쉽고 직관적이었다. 마츠야마는 우키요에를 판화가 아닌 '아크릴'로 구현해 독특함을 더한다. 일본 전통 기법에서 차용한 이미지와 서구식 재료의 만남인 것.

토모카즈 마츠야마, 'Attitude Adjustment Tonight'(2021) 중 작품 일부, ⓒWidewalls

다음으로 살펴볼 수 있는 건 '화조풍월(花鳥風月)'이다. 일본 전통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요소로, 말 그대로 꽃, 새, 바람, 달로 '아름다운 경치'를 뜻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풍류나 운치와 비슷한 의미다. 마츠야마가 그린 한 폭에는 서로 다른 계절이 공존한다. 특정 한 기간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여름꽃이 피었다가도 눈이 내리고, 단풍이 들었다가도 겨울 철새가 찾아드는 것이 한 풍경에 담겨 있다. 



미국 대중문화 : 감자칩, 피자 박스, 스누피? 


(좌) 토모카즈 마츠야마, 'Attitude Adjustment Tonight'(2021) 중 작품 일부, ⓒWidewalls

(우) 토모카즈 마츠야마, 'Wanderlust Innocence'(2020) 중 작품 일부, ⓒMatzunet


일본 전통화에 나오던 새와 현대 문물인 감자칩, 피자 박스 등이 함께 등장하니 이질감과 독특함이 함께 있다 마츠야마는 이렇듯 일본 문화와 미국 문화를 혼합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시대별 이미지도 뒤섞는다.


뉴욕과 도쿄에 그려진 마츠야마와 피넛츠의 컬래버레이션. ⓒculturecorps

우리에게 친숙한 스누피가 있는 피넛츠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구도: 고전부터 패션지까지 


마츠야마는 구도에서도 고전과 현대, 상상과 현실 등을 넘나들며 다양함을 제시한다.

(좌) Jacques Louis David,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Napoleon Crossing The Alps)'(1800), ⓒArtvee

(우) Tomokazu Matsuyama, 'Us Rise Sun Rise'(2020), ⓒSohu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 Louis David, 1748 - 1825)는 나폴레옹의 용맹한 모습을 그려 마치 '신화'처럼 그 이미지를 신격화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 구도는 마츠야마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Us Rise Sun Rise'(2020)처럼 말이다. 해당 작품은 중국 상하이 대표 뮤지엄인 '롱 뮤지엄'에서 개최된 단독 개인전에서 공개되었다. 


(위) 마츠야마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골몰하는 모습과 작업실을 비운 동안에 시든 식물. NHK에서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Art is trash without social impact' 중 일부. ⓒNHK World

(아래) 자신이 실제로 취했던 구도에 상상과 소망을 담은 작품. Tomokazu Matsuyama, 'Desktop Utopia'(2020), ⓒOccula


'Desktop Utopia'(2020)는 코로나로 봉쇄 조치를 겪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담은 작품이다. 아티스트 스스로가 직접 취한 구도와 상상을 결합했죠. 당시 마츠야마는 작품 제목처럼 작업실 바깥이 보이는 창문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작업을 위해 켜두었던 데스크톱 안이 완전한 세계로 느껴졌다고 한다. 따뜻한 작품 속에선 시들었던 식물이 되살아나거나 실내에서도 눈이 내린다.

(좌) 토모카즈 마츠야마, 'Attitude Adjustment Tonight'(2021) 중 작품 일부. ⓒWidewalls

(우) 토모카즈 마츠야마, 'Wanderlust Innocence'(2020) 중 작품 일부. ⓒMatzunet


그런가하면 패션 화보에 나올 법한 포즈도 등장한다. 인물들은 개성 있는 포즈로 캔버스 너머를 응시하며 당당함과 자유로움을 드러낸다. 

뉴욕 휴스턴 보워리 월(Bowery Wall)에 마츠야마가 그린 벽화. 뉴욕시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보워리 월은 키스 해링, 뱅크시 등 전설적인 거리 예술가가 작품을 그린 바 있어 많은 작가에게 '꿈의 벽'이라 불린다. ⓒamNY


그의 작품을 보면 미니멀리스트와는 반대되는 이른바 맥시멀리스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마츠야마는 어린 시절부터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살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다른 두 문화를 같이 접하는 건 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일본 전통 문화와 미국 길거리 예술, 디즈니 애니메이션 등 동서양의 다양한 요소를 마츠야마가 그린 한 폭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양한 요소를 작품 속에 배치해두면 감상자는 이 겹쳐진 이미지를 개인적 경험과 스스로 연결해서 저마다 '서사(Narrative, 네러티브)'를 만들어낸다고 마츠야마는 말했다. 감상자가 100명이라면 해석도 100개 이상이 될 수 있는 것. 즉, 미술품은 감상자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대중을 위한 미술, '공공미술의 아이콘'다운 예술관이다.   


https://youtu.be/lOKZ3FJv708


*표지 : 토모카즈 마츠야마, 'The Couch Unsent Piano'(2021), ©Avant Arte



 | 원윤지



※ 누적 회원 13만 명을 보유한 아트테크 플랫폼 T사 앱 매거진과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게재본과 일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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