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집 추천 아님 주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질문이 들어온다. 하루는 “국회의사당 앞 맛집을 추천해 주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아마 내 직장이 국회의사당 근처라는 걸 알고 물으신 것 같았다. 질문 주신 청취자를 위해 주섬주섬 기억나는 음식점 이름 몇 개를 꺼냈는데, 어쩐지 추천하고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사실 나는 맛집을 감별할만한 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음식은 간만 맞으면 대충 다 맛있게 느껴진다. ‘막귀’가 아닌 ‘막입’이라고나 할까?
그날의 찜찜함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은 방향 제대로 잡아서 음식점을 추천하고자 한다. 내가 고급(?) 혀를 가지진 못했지만, 회사 생활 N년 하며 국회역 4·5번 출구 근처 음식점 중 안 가본 곳은 없다. 이 근처를 처음 방문해 뭘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점심 메뉴 선택 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겠다. 여러분의 신속한 메뉴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중국요리가 당길 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리샨과 정동각이다.
안 친한 사람과 함께라면 리샨에 간다. 가게가 지상에 위치해 있고 인테리어가 깔끔해 조금은 대접하는 분위기가 난다. 새우와사비크림을 하나 시켜서 “여긴 이게 맛있어요~” 하면서 맛보게 해주면 왠지 모르게 성의가 있어 보인다. 그 후 각자 먹고 싶은 식사를 시키면 어색한 점심 식사도 후루룩 지나간다.
정동각은 친한 동료들과 간다. 특히 밤새우고 아침에 퇴근해서 점심에 반주 한잔하고 싶을 땐 무조건 정동각이다. 지하에 있어서 바깥 조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낮술을 해도 (내 양심에게) 눈치가 덜 보인다. 요리를 많이 먹어 식사까지 해치우기 버거울 땐, 자장면이나 짬뽕을 미니 사이즈로 시킬 수도 있다.
아침을 거르고 나왔더니 오전부터 배가 고프다. 사무실에 간식으로 비치되어 있는 조미료 맛 과자들을 실컷 집어먹는다. 아아, 분명 먹을 땐 행복했거늘! 먹고 나니 속이 더부룩하다. 몸에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럴 때 나는 해빔에 가서 꽃게장해초비빔밥을 먹는다. 꼬독한 식감의 해초들을 씹다 보면 ‘나... 상당히 건강해진 것 같은데...?’하는 착각이 절로 든다. (안타깝게도 건강은 식사 한 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부장이 밥 먹자며 메뉴 고르라고 하면 1순위로 떠오르는 곳이 구이구이다. 생선구이와 백반을 파는 곳이라 어른을 모시기 무난하다. 본점과 2호점이 지근거리에 있어 둘 중 자리가 비는 곳에 간다. 맛은 똑같은 것 같다. 주로 흰 살 생선과 등 푸른 생선을 하나씩 시킨다. 부장님께서 “거, 탕도 하나 시켜~” 하시면 “감사합니다!” 하고 알탕을 고른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가지 튀김은 세 번 리필해 먹는다. 사실 내 입맛엔 생선구이보다도 가지 튀김이 메인 요리다. 따로 팔면 포장해가고 싶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쌀국수 먹으러 갈까?” 하면 백이면 백 비엣남에 가잔 소리다. 근처에 쌀국수 집이 세 군데가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가 많다. 조심스럽게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비엣남의 인기 폭주 비결을 잘 모르겠다. 물론 맛있다. 맛있긴 한데, 내 입맛에는 다른 두 곳의 쌀국수도 그리 나쁘지 않다. 나처럼 입맛이 엉성한 분들이라면 굳이 줄 서서 기다리지 말고 다른 한산한 가게에 갈 것을 권하고 싶다.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땐 주로 서양밥집에 간다. 샐러드에 치즈 대신 두부가 들어가는 등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량된 메뉴들이 많다. 좀 더 서구식(?) 파스타를 먹고 싶다면 올라에 가면 되...긴 하는데. 여긴 가격대가 좀 있어서 내 돈 주고 먹긴 부담스럽다. 가끔 높으신 분들이 먼저 가자고 하실 때만 못 이기는 척 따라간다.
배에 기름칠 좀 하고 싶을 땐 카츠카츠에 간다. 일본식 돈가스를 파는 곳이다. 정식을 시키면 서브 메뉴로 마약계란과 돌솥밥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나는 늘 마약계란을 시킨다. 반숙란을 달큼한 간장에 담근 음식으로, 한 입 먹고 나면 돈가스의 느끼함이 확 잡히는 신통한 반찬이다. 구이구이 가지 튀김만큼이나 따로 포장해 가고 싶은 메뉴다.
날이 더워지면 여의도소바우동 앞에 대기줄이 늘어선다. 다들 냉메밀국수 생각이 간절해진 모양이다. 시원 짭조름한 장국 한 숟갈이면 더위도 잠시 잊히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나는 이 냉메밀 대열에 동참해 본 일이 거의 없다. 더위를 잊을 음식을 먹기 위해 더위 속에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 좀처럼 납득이 되질 않아서다. 나는 대신 그 옆에 있는 봉채국수에 간다. 길게 대기하지 않고 가게에 입장한 후, 에어컨 바람 쐬며 비빔국수를 먹는다. 이편이 내겐 더 만족스럽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