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눈길이 사랑인지는 알아요!
한별은 인사를 잘한다.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모르는 사람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냐세요!”
하며 고개를 끄덕한다.
그다지 공손하거나 성의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가 가르쳤는지 몸에 배었다.
하교할 때도 주차장이나 건널목을 지키고 있는 하교도우미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한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에 '한별이가 사람들을 많이 아는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한별이는 그 사람들을 알지도 못할 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그저 사람이 보이면 자동으로 인사가 나오는 것이다.
한별이네 집은 꼭대기층이라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중간에 타고 내리게 된다.
어쨌거나 무심히 서 있던 어른들은 아이의 인사에 당황해하기도 하고, 짧게 응대해주는가 하면 좀더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한별이와 다니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따라서 인사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몇몇 아파트 이웃들과는 안면이 트여서 몇 마디씩 말을 나누게 되는 상황도 생겼다.
한별이에게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있다는 것을 이웃들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아이의 언행을 보아 어렴풋이 뭔가 다르다는 인식은 하고 있는 듯했다.
한별이를 만나고 초반에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진땀이 났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타면 소리를 더 크게 지르는데다 밀폐된 공간이라 소리가 기괴하게 울렸다.
조용히 하라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정적이 한별이를 긴장하고 불안하게 하지 않나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별이를 가볍게 안아주면서 멈춰버린 듯한 순간을 견디는 것뿐이었다.
짧지만 긴 그 순간 한공간에 있는 이웃들에게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한별이 엄마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이질감도 있을 터인데 공용공간에서 한별이가 그러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갔을 듯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인사하는 법을 가르쳤을 것이다.
이웃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다.
“아이, 시끄러워. 얘만 나오면 아주 시끄러워 죽겠어.”
라고 미간을 찌푸리는 이웃이 있는가 하면
“흐음,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조용해야지.”
넌지시 훈계하는 이웃도 있다.
어릴 때부터 한별이를 봐왔다는 어떤 이웃은 안쓰러운 어조로 나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많이 컸어요. 에휴, ... 잘 좀 해주세요.”
한별이 아래층에 사는 조용한 노신사는 많이 힘들었는지 말 대신 한숨을 쉬었다.
담담하게 말을 걸어주는 이웃도 있다.
“너 이제 몇학년 됐어?”
하지만 한별이는 그런 물음에 반응이 없다.
간혹 대답이 나올 때도 있다.
“3학년 1반이에요.”
그리고 다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른다.
그런 상황이 되려 민망한지 이웃은 나를 보며 거듭 말했다.
“많이 나아졌어요.”
“네 맞아요.”
나도 답례하듯 말한다.
휴대폰이 생긴 뒤로 한별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게임을 한다.
게임하면서 내는 소리는 허공에 대고 질러대는 소리보다 작았고 아주 터무니없거나 뜬금없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아진 듯 보일 수도 있었다.
실은 그들에게 대놓고 하지 못하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고 있다.
‘이게 이 아이의 특성인걸요.'
그리고 이런 경우 좀 뻔하긴 하지만 우리가 늘상 하거나 듣는 말이 있지 않은가.
'조금만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면 좋겠어요.’
“한별아, 선생님 이제 퇴근할 거야.”
퇴근을 알리면 한별이는 놀다가도 얼른 일어나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온다.
“안녕히 가세요.”
헤어질 때 가벼운 포옹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
긴장이 풀린 말랑하고 작은 몸이 아무 경계 없이 내 품에 안긴다.
한별이는 좋아하는 사람과는 그런 인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