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플 것 같아 읽어보기조차 두려웠던, 서랍 깊숙이 넣어뒀던 나의 ‘난임일기'를 이제야 꺼내본다.
굉장히 날것이고, 기대가 섞인 행복감과 수많은 좌절이 뒤섞인 글이다.
2018. 8. 26.(일)
어제 난임클리닉에 다녀왔다. 작년 3월에 산부인과에서 난임검사를 하고 다시 남편을 설득해서 난임클리닉에 가기까지 일 년이 걸렸다. 이전 검사 결과도 그렇고, 무엇보다 이제 내 나이가 너무 많아져서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무겁지 않게 말해주는 의사의 말을 듣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해졌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약간의 의학적 도움을 받는 거라고 말해주는데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이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의사의 말 때문에 이 병원을 계속 다녔지만, 결국 나 이 의사에게 큰 상처를 받는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난 무의미한 자문자답을 나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정말 아이를 원하는 거니…라고. 내가 간절하지 않아서 생기지 않는 건 아닌지,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낳는 게 맞는 건지…
어제 병원 진료를 마치자마자 우연히 친구 유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때마침 나의 북받치던 감정에 유리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전화로 울던 나를 보러 오늘 유리가 우리 동네까지 왔다. 여전히 그 유리와 유리의 남편은 십 년도 훨씬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대학교 때 소개로 만난 그 둘의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나는 함께 했다. 이제는 풋풋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아이를 낳고 가보지도 못했는데 그 아이가 벌써 돌이 지나서 걷고 있었다.
그냥 그 둘을, 아니 셋을 보며, 그래 아주 자연스러운 거구나. 부부에게 아이가 있는 모습이 그냥 자연스러운 거구나. 내가 너무 말도 안 되는 염려와 걱정을 했구나 생각했다. 항상 어렸을 때 부모님은 우리 때문에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에게 힘든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닐 수 있다. 아닐 것 같다. 지금은 그렇다. 의사 선생님 말처럼 약간의 의학적 도움을 받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자.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