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무더운 여름 한 낮 광화문 스타벅스. 그 시간에 왜 광화문에 갔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시원한 곳을 찾아 들어갈 수밖에 없는 날씨였다. 줄을 서서 아이스 카페라떼 톨 사이즈 한잔을 주문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초록색 빨대가 꽂힌 투명한 아이스 컵을 받아 들고 크게 한 모금 빨아들인다. 스타벅스 로고 컵에 담긴 적당히 쓴 커피와 고소한 우유, 시원한 얼음의 조화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한 순간에 더위가 날아가는 느낌이다. 그날의 감동이 아직까지 스타벅스를 사랑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때 밥 한 끼보다 비싼 돈을 내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젊은 여자들을 비판하는 '된장녀'라는 말까지 탄생했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으로 '도시 여성'은 스타벅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항상 위염을 달고 살지만 빈속에 커피를 마셔도 괜찮다고 미란다가 허락해준 것처럼 매일 아침 출근길에 뜨거운 아메리카노, 부드러운 카페라떼, 거품이 풍부한 카푸치노를 번갈아가며 마셨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스타벅스를 찾아가 인증샷을 찍고, 그 도시 이름이 박힌 Starbucks City Mug를 사 모으는 것이 냉장고 자석을 모으는 것보다 더 멋진 여행의 추억거리가 되었다. 회사에서도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물컵으로 쓰고, 가끔씩 연락하는 친구나 친한 직장동료 생일에는 카톡으로 스타벅스 커피와 디저트를 보내주는 것이 센스 있는 사회생활이 되었다. 주말 아침엔 책을 좀 읽어야겠다며 평소에 읽지 않던 책을 싸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 사이에 앉아 본다. 적당한 소음과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진 쾌적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게 사람들의 스타벅스 사랑이 계속되는 동안 스타벅스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규모가 큰 리저브 로스터리(Reseve roastery) 매장을 만들며 여행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타벅스 매장은 전 세계 78개국 3만 3000여 개에 이르며 웬만한 글로벌 은행 지점수보다도 많아졌다.
또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사이렌 오더(Siren order)와 코로나 이전부터 만들어진 드라이브 쓰루(Drive thru) 매장으로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e프리퀀시 이벤트와 각종 쿠폰 제공, 음료 구입 시 별 적립 등의 혜택을 통해 스타벅스 앱의 유입을 증가시키고 자동충전 기능을 추가해 2020년 기준으로 스타벅스 앱에는 20억 달러 정도의 예치금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는 미래의 스타벅스를 핀테크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추가로 연말 시즌에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에서 시작된 스타벅스의 '굿즈 전략'은 시즌 한정판 제품이나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한 특색 있는 제품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자극하고 있다. 그만큼 스타벅스의 매출도 우상향하고 있다.
40대가 되니 이렇게 대단한 스타벅스의 주주가 되어 동행을 시작한다. 비록 코로나 이후 주가가 조금 빠졌지만 2004년 아이스 카페라떼 한 모금을 마시고 감탄하며 사랑에 빠진 그때 스타벅스 주식을 샀다면...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021년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자회사가 됐다. 기존 미국 스타벅스 본사인 스타벅스커피 인터네셔널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50%씩 지분을 갖고 있다가 2020년 12월 20년짜리 계약이 종료되었고, 신세계 이마트가 17.5%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의 최대주주가 되었다.(나머지 지분 32.5%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인수. 스타벅스 주식 한 주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