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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윤정 Jul 23. 2021

IT회사 브랜드 디자이너의 일러스트레이션

맥락에 꼭 맞는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기


회사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면,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비정기적'으로 '자주'있다.

처음에 어디에 포커스를 둬야 할지 어려워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상황에 필요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꽤 많이 그리다 보니 요즘엔 나름 체계가 생겨, 제작할 때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고 속도가 붙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릴 때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은 어떤 프로세스로 작업을 하는지 공유하려고 한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는 아니지만 비정기적으로 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릴 일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일러스트레이션이 왜 필요한지

매 순간 상기시키자


일러스트레이션
: 제3자에게 무엇인가 의미를 전달하거나, 내용 암시에 사용되기 위해 제작된 그림


일러스트레이션의 역할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목표를 좀 더 잘 전할 수 있도록 돕는 그림"이다. 막상 정의를 읽어보면 뻔하지만, 실무를 급하게 하다 보면 이 지점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지금 내가 만들고 싶은 '룩'을 만들어 내기 위한 '그래픽 요소', '상황을 설명하는 묘사'로 생각하고 열심히 레퍼런스를 찾아서 그리기 시작하면 힘들어진다. 빙~빙~ 돌아서 다시 계획을 세우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작업 전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이 필요한 맥락,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그리는 동안에도 "이걸 왜 그리는지"를 계속 상기시키자.




Step 1. 어디에 그릴까

최종 이미지가 적용될 환경 및 사이즈 파악하기 


일러스트레이션이 최종적으로 들어가게 될 환경을 파악하자. 어디에 사용할 일러스트레이션인지에 따라 전반적인 규모감을 파악할 수 있고, 해당 규모에서 가장 잘 보이는 사이즈로 기획을 시작할 수 있다.

예전 같았으면 메시지를 파악하고 난 뒤, 마인드 맵을 그려나가면서 어떤 오브젝트를 그릴지 고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몇 번 시행착오를 겪어보니 최종적으로 어떤 환경에 들어가고, 그래서 어떤 사이즈로 들어가야 좋을지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더라!   


Mobile App ( Main Landing Page, Small illustration )

Web

SNS (Instragram, FB, Linkedin ... )

Print ( Brochure, Sticker... )



Step 2. 무엇을 그릴까
주제를 돋보이게 할 '숨은 맥락' 찾기   


환경에 맞는 규모감, 사이즈를 정했다면 주제에 맞게 '무엇'을 그릴 것인지 정한다.
회사에서의 프로젝트는 요청 건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제는 나와있다.

예) 중고가전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해서, 모바일 랜딩 페이지에 필요한 일러스트레이션


무엇을 그려야 할지 노트에 끄적거리며 아이데이션해본다.
오래 손으로 잡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바로 구글링하는 것보단 이 단계를 거치는 게 낫다.

(과거의 나)
과거의 나는 A안을 그렸다.

"음...중고가전 보상판매를 그려야 하니까 각종 가전, 판매를 나타내는 아이콘 레퍼런스를 찾아야지."


이 단계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많이 수집하고, 그것들을 참고삼아 붙잡고 그려나가기 시작했다면 다시 Back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렇게 그려내면, 일러스트레이션이 전략이 없이 단순히 주제를 그대로 '묘사', '표현' 해주기만 하는 꼴이 된다. 프로젝트에서 목표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서 도와야 하는데, '단순 묘사' 만 그려내면 일러스트레이션이 없이 헤드카피만 텍스트로 쓰여 있는 것과 임팩트 차이가 없다.


일러스트레이션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궁극적으로 이뤄야 하는 GOAL이 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프로젝트 중간에 투입되어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경우, 해당 맥락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PM이나 해당 맥락을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동료와 싱크를 맞추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현재의 나)
현재에 나는 B안을 그린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중고가전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걸 파악한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객들한테 어떤 베네핏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베네핏은?  고객들은 중고가전 보상판매를 통해서, 직접적으로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보상을 받으면 신규 가전를 사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이거다! 보상판매를 그리되, 고객들

취할 수 있는 금전적인 베네핏을 더 강조해서 그려본다. 확실히 베네핏을 강조해서 그려준 일러스트레이션은 헤드카피와 붙었을 때 임팩트가 훨씬 커진다.


첨언인데, 결국 스스로 베네핏을 캐치하지 못해서 A안에서 단계를 일러스트레이션을 마무리하게 되면, 매니저님이나 주변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딱! 듣는데 "뭔가 이해하기가 어렵다." "좀 더 직관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매모호한 것 같아요"라고 피드백을 듣게 된다. ( 동료들의 눈은 정확하다. )




Step 3. 어떻게 그릴지 디테일 체크하기   

선 하나만 더 그려도 다른 스타일


가장 마지막 단계인 '스타일링' 단계이다.
구도가 정적인지 역동적인지, 밝음과 어두움의 비율, 어디까지 표현해줄 지 디테일 묘사정도, 점/선/면의 사용 비율, 컬러 등에 따라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이 달라 보이게된다. 한 프로덕트 내에서 일련의 통일성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스타일링 정도를 끝없이 확인하며, 불필요한 터치 없이 원하는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작업한다.

규칙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일종에 가이드가 생겨서 추후에 작업하는 다른 디자이너 분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볼 수도 있다. 아니면, 일러스트레이션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다른 디자이너가 쓸 수 있도록 아카이빙 해둘 수 있다. ( 꼭 정리해보고 싶은 것이 필자의 마음... 투비컨티뉴...)




Step 4. 마지막 한번 더

근본 이즈 근본, 근본 챙기기

모든 단계를 다 거쳤으면, 다시 Step 1,2,3을 검토한다.
스타일링도 점검하고 디자인을 마무리했지만, 제일 중요한 맥락을 놓쳤거나 주제가 잘 안 보일 수도 있다.

직관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베네핏)을 그려냈는지 확인한다. 이 단계에서 한 번 더 뾰족하게 그려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다시 프로세스를 요약해보자면,


Step 1. 이미지가 적용될 환경 및 사이즈 파악
이번엔 어디에 적용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필요하지? 아 와이드로 들어가니까 좀 가로로 길어도 괜찮겠구나

컨텐츠가 세 줄로는 들어가 줘야 하니까 일러스트레이션 주변 여백을 이렇게 / 저렇게 넣어 볼 수도 있겠고...


Step 2. 주제를 돋보이게 할 '숨은 맥락' 찾기

그래서 요청은 받았는데 가장 중요한 베네핏이 뭐지? 아 좀 생소한 프로젝트인데, 비즈니스 맥락에서 제일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Step 3. 스타일링 디테일 체크

이것 좀 많이 달라 보이나? 너무 디테일이 많아졌나? 덩어리감이 너무 없어서 퀄리티가 떨어지나?

모바일 화면에서 봤을 때 잘 보이는 거 맞나? 점검 X 시안 그리기 X 반복


Step 4. 전달해야 할 메시지, 베네핏이 잘 보이는지 체크
오 드디어 스타일이 좀 맞춰졌는데, 메시지가 잘 안 보이나? 아 이 오브젝트가 중요하니깐 사이즈를 좀 키워줘야겠네, 이 오브젝트는 사실 전혀 메시지와 관계가 없네 사족이니까 빼야겠다.






적고나니 간단하다.

일러스트레이션 그리는 행위를 요리라고 보고, 위 정리된 프로세스를 하나의 레시피라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다양한 선후배 셰프님들을 만나고, 여러 취향의 손님들도 만나며 나의 레시피는 또 변할테지
이상으로 2021년 버전의일러스트레이션 그리는 레시피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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