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일 2024
나는 꿈에선 한 마리 새였다
불이 붙은 하늘을 날아서
타오르는 산을 건넜다
애써 매달려 보던
겨우 잡은 나뭇가지
모든 게 재가 되어
지쳐 무너지던 순간
불타버린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
더는 날개를 펼칠 힘도 없어
버둥대던 발톱의 느낌이 생생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무슨 말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
꼭 한마디를 해야하는 강박에 갇힌 듯
사라져가는 이 능선에 남아있다
미안해
이 말은 아니라 했지
사랑한다 말하려 했는데
늘 고맙다는 말이 앞서서
더 솔직해보라고
뭐든 들어줄 수 있다고
어디든 함께 가면 된다고
사랑해
다른 문장들이 사라진 말
무턱대고 쏟아져야 하는
비로소 알게 된 말이 아닌 마음
너무 늦어버린 대답은 메아리로 울리지 못하고
다 타버린 산들은 능선을 이루지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