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정일official Oct 17. 2024

불새

윤정일 2024

나는 꿈에선 한 마리 새였다

불이 붙은 하늘을 날아서

타오르는 산을 건넜다


애써 매달려 보던

겨우 잡은 나뭇가지

모든 게 재가 되어

지쳐 무너지던 순간


불타버린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


더는 날개를 펼칠 힘도 없어

버둥대던 발톱의 느낌이 생생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무슨 말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


꼭 한마디를 해야하는 강박에 갇힌 듯

사라져가는 이 능선에 남아있다


미안해

이 말은 아니라 했지


사랑한다 말하려 했는데

늘 고맙다는 말이 앞서서


더 솔직해보라고

뭐든 들어줄 수 있다고

어디든 함께 가면 된다고


사랑해

다른 문장들이 사라진 말

무턱대고 쏟아져야 하는

비로소 알게 된 말이 아닌 마음


너무 늦어버린 대답은 메아리로 울리지 못하고

다 타버린 산들은 능선을 이루지 못하네

불타버린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우리
비로소 알게 된 말이 아닌 마음
작가의 이전글 찬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