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리스≫,≪노화의 종말≫
생•노•병•사는 사람의 일생을 요약하는 말이다. 생(生)과 사(死)의 사이에 노(老)를 맞이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90세가 넘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농담으로 아들, 딸, 손자를 웃겼고, 외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에도 나에게 불고기를 구워주었다. 하지만 죽기 전에는 반드시 병(病)이 따르니 우리는 노년이 두렵다. 최근 늙으면 병이 든다는 이 오래되고 분명한 사실을 거부하고 늙지 않는 법, 병들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기업은 이와 관련한 사업에 거대 자본을 투자하고 새로운 약을 개발하여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사람들을 현혹한다.
인간의 수명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1800년대 이후로 2배가 되었고 최근에는 매년 3개월씩 증가한다. 이제 사람은 예전보다 오래 살게 되었지만, 죽을 때까지 노화로 인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 또한 많아서 장수가 반드시 축복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부모님 세대는 건강에 신경 쓰지 않고 70세까지 살면 장수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들이 예상보다 길어진 여생을 요양원에서, 병원에서 연명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병들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걱정하고 묘책을 궁리한다.
인간은 왜 늙을까. 노화가 반드시 ‘자연의 섭리’라고는 할 수 없다. 제주의 남원 동백마을의 300년 된 동백나무숲의 나무에는 아직도 하늘과 맞닿은 가지에서 붉고 커다란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나는 오래 산 나무에서 핀 붉은 꽃을 보고 나무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경의를 표했다. 나무는 잘리거나 벼락에 맞지 않는 한 성장하고 생식(生殖)한다. 그렇다면 모든 생물이 나이가 들어 병이 든다는 것이 ‘자연스럽다‘라고 할 수 있을까.
≪에이지리스≫의 작가 앤드류 스틸과 ≪노화의 종말≫을 쓴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노화의 원인과 치료, 예방 그리고 노화 연구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한다. 그들은 당연한 섭리라고 생각했던 늙음의 과정이 진화의 실수이고 노화도 질병이니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막연하게 받아들였던 노화의 과정은 우리 몸의 유전자에 관한 연구와 생명 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분명해졌다.
이제 우리는 죽기 전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안다. 물론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고되지만 결국 최선의 목표는 살아있는 동안 몸도, 정신도, 마음까지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책에서 권하는,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분별 있게 골라 조금 먹고, 적당하게 움직이고, 독성 물질을 피하고, 간헐적으로 단식하고, 햇빛을 차단하고, 치아 관리를 하고, 백신을 맞고, 손을 잘 씻는 것과 같은 건강 관리 상식은 너무나 쉬워서 오히려 어렵다. 작가도 “세상의 반이 남자인데 ‘여자가 돼라.’(여자가 더 오래 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충고가 쓸모없지만, 다른 항목들도 실천할 수 없거나 어려우니, 마찬가지 아니겠냐?”라고 한다. 결국 건강과 젊음은 인내심을 가지고 절제와 중용을 지키는 철학을 깨닫고 실천하면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무병장수는 인류의 오래된 꿈이다. 이제 그 꿈이 허황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과학은 증명했다. 우리는 예전부터 지키라고 하는 좋은 습관을 실천하고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행복이나 만족을 최대한 느끼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늙어가는 길을 가야 할 것이다. 300살 먹은 동백나무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는 못하겠지만.
*독서 토론 모임에서 친구들과 함께 ≪에이지리스≫와 ≪노화의 종말≫을 읽었다. 우리는 책을 한두 권만 읽었지만, 각자에게 든 수많은 생각을 나누었다. 한 친구의 말처럼 이렇게 새로운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면서 ‘나이를 잊고’(ageless) 사는 것이 노화하지 않는 방법일지 모른다.
정리를 잘하는 친구는 노화의 징표(hallmark)를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해 주었다.
1. DNA 손상으로 생기는 유전적 불안정성
2. 텔로미어(말단소체) 마모
3. 어느 유전자가 꺼질지 말지 결정하는 후성 유전체의 변화
4. 단백질 항상성 상실
5. 대사 변화로 생기는 영양소 감지 능력의 혼란
6.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7. 건강한 세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노화 세포의 축적
8. 줄기세포 소진
9. 세포내 의사 소통 변형과 염증 분자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