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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윤 Jun 26. 2023

신혼여행지에서 깨달은 2가지

유부녀가 되었습니다.

약 40일 만에 올리는 브런치스토리의 새 글이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정말이지 인생에서 가장 짧고 굵직한 한 해로 기억될 2023년 6월.



28살이었던 작년 6월에서 시작하여 1년 가량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작게는 사소한 습관부터 크게는 인생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발행했던 첫 직장과 관련한 글들을 마무리 지은 후에는, 더 잊어버리기 전에 결혼 준비를 주제로 느꼈던 점들에 대해 하나씩 적어보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다녀온 신혼여행에서 깨달은 2가지가 오늘 글의 주제이다.





그저 달달하고 아름다운 신혼여행?


우선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시점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결혼식 전 약 2주는 정말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이런 것까지 챙겨야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본식이 진행되는 시간은 길게 잡아야 약 30분인데 그 안에 들어가는 각종 MR, 사회자 대본, 이벤트 주의사항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드레스 및 메이크업샵과 도와주시는 이모님, 부모님 메이크업샵과 한복 그리고 스냅과 DVD 작가님까지.


MBTI로 따지면 치우친 J인 나는 무언가 놓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 (안 했으면 안 했지 대충은 못하는 성격) 설상가상 회사 일까지 여유롭지 못하고 급박하게 다이어트를 하느라 이래저래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우리는 엉겁결에 결혼식을 마치고, 다음 날 아침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휴양지가 아닌 영국 런던으로!




신혼여행지를 런던으로 정한 것에는 엄청난 고민도 이유도 없었다. 단지 남자친구(이제는 남편이 된)가 18년차 축구팀 아스날의 골수팬이고, 하필 비시즌이라 경기는 없지만 그래도 그 연고지를 둘러보고 싶다는 한 마디에서 시작된 대화에서 후다닥 결정해버렸다.


그렇게 대충(?) 정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들 몇 가지가 있는데, 간략히만 이야기해보면 (1) 우리는 둘 다 신혼여행에 대한 로망이 없었고 (2) 안 그래도 휴양지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데 거기에 명분을 더해 돈을 1,000만원 이상 쓴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기왕 여행을 떠나는 거라면, 누구라도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전지훈련 아니지 이거


그렇게 떠나온 영국. 그리고 런던과 근교에서의 7일. 우리의 신혼여행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매일 2만~2만 5천보를 걸었다.

물론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지구 반대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경험하자는 의견의 일치로 계획을 짜다보니 어느덧 우리 둘의 발과 종아리는 하루도 성할 날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런던 3회차인 나조차 여름은 처음이었다. 예년의 온도가 9~21도였기에, 그리 덥지 않겠거니 쉽게 단정지어 버렸던 것도 패착 중 하나였다. 여행 기간 내내 비가 하루도 오지 않았던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으나, 약 5시 전후 온도가 30도 정도로 장기간 야외활동을 하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런던의 냉방 시설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지하철, 버스 모두 찜질방 그 이상이었다.) 구매해서 간 이심(eSIM) 역시 지상에서조차 제대로 터지지 않아서 일주일 내내 애를 먹었다.


혼자였다면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크게 와닿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오롯이 내가 선택하였고 나만이 책임지면 되는 일이니. 하지만 둘이 함께, 그것도 신혼여행이라는 별칭을 달고 왔으니 어떠한 아쉬움이나 문제가 생겨날 때마다 자연스레 상대방의 반응을 먼저 살피게 되었다.




신혼여행지에서 깨달은 2가지

그렇게 나는 짧디 짧은 고작 7일 안에 '둘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 더 배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면 다음 2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을 배웠다.


결혼을 준비하는 약 1년의 기간동안, 당연히 수도 없이 많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건 내가 어느 정도 익숙한 공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신혼여행지에서는 달랐다. 너무도 낯선 공간에서, 우리는 닥친 어려움을 어떻게든 빠르게 해결해야 했다. 당황스러움은 배가 되었고, 시간도 공간도 제약이 있었기에 입은 더욱 바싹 말랐다.


살아가며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 경중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음과 같이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1) 서로의 역할을 상기한다. 다만 그 역할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다.

- 주로 길을 찾고 현지인을 응대하는 것은 내가, 더 무거운 짐은 남편이 들었다. 짐을 들어주는 남편이 고마워서 때로는 바꿔 들어주겠다고 하면, 나보고 목적지를 찾는 역할을 잘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대답해주었다. 대략 "나는 짐꾼이야."라며. 상대에게 미안함보다 고마움을 가지는 것이 현명한 일이겠구나, 싶었다.


2) 누구의 탓을 하는 말을 최대한 삼간다. 원인을 찾기보다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 그러다 길을 헤매거나 잘못 들어섰을 때도 있었다. 캐리어에 상대방의 선물을 넣어주다가 찌그러져서 상자를 못 쓰게 된 적도 있었고 운영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일정이 틀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웬만해선 '00 때문에'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라도 탓하는 표현을 쓰는 것을 지양하려 노력했다. 애초에 그런 책임을 묻는 말들의 대부분은 진심도 아닐 뿐더러, 감정적으로 대응해봤자 서로 기분만 나쁠 뿐 그 상황이 나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3. 되도록 좋은 방향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입 밖으로 꺼낸다.

-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신혼여행에서는 상대방의 눈치를 끊임없이 보게 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더라. 예를 들면, 가려고 했던 식당이 문을 닫아 갑작스럽게 다른 곳을 방문하게 된 상황이어도 "우연히 왔는데 여기도 정말 맛있다! 마침 이 음식이 먹고 싶었어."라던지!



둘,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느꼈다.


남편과 달리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2020년까지만 해도 1년에 두어 번은 꼭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나갔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환경을 보면서 견문을 넓히고, 또 거기서 받은 새로운 영감을 한국으로 돌아와 일상에서 적용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여행관은 꽤나 뚜렷한 편이었다.


그러나 부지런 떨면서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남편은 현지를 경험한다는 것보다, 쾌적하고 잘 정돈된 상황에서 심미적인 것을 감상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시장파라고 하면, 그는 미술관파랄까?


그래서 꽤나 많은 '관람'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던 이번 여행에서 흥미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한국에서부터 고민을 이어왔다. 그런데 정작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함께해보니, 생각만큼 지루하고 의미없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느끼는 감탄과 전율이 일정 부분 내게 전해지기도 했고 또 함께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의미있게 와닿았다. 또한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에서 간혹 그와 동시에, 혹은 그보다 먼저 내가 더 가슴 벅참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평소의 혼자인 나였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또 다른 측면에서 귀하고 값지게 느껴졌다.




당연히 아직 서로 모르고 있는 것들과 그렇기에 맞춰나가야 하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서로에게 실망하고, 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일도 생겨나겠지.


그러나 신혼여행지에서, 평생의 반려자로서 건강하게 소통하고 또 발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조금 더 배운 것 같다. 우리는 미성숙하기에 끊임없이 실수하고,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더디지만 시나브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때로는 기다려주고 또 때로는 먼저 손을 내밀어주며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보려 한다.


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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