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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Kay Sep 26. 2024

왜 발레를 하는데 발레가 아닐까? - 2탄

그렇게 못해도 좋아하는건 참으로 아름다운 저주이던가?

왜 발레를 하는데 발레가 아닐까?

바야흐로 6월 콩쿠르 시즌이 끝나 벌써 8월이 되었다. 작년에도 콩쿠르가 끝나고 후유증이 심했는데 이번에도 후유증이 꽤 있었다.


항상 현타가 오는 부분은 똑같다. 공연 후에 받는 영상이다. 발레를 하지 않는 일반인인 동생이 영상을 보고 말했다. ‘음…. 뭔가 되게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발레 같지는 않고...’ 참 내 상황을 정확하게도 말했다. 뭔가 열심히는 하는데 발레 같지 않은 것…. 그게 실제 영상 속에 나다. 진짜 표정 하나하나 열심히는 한다. 근데 발레는 아니다.


아이러니한건 수업시간에 그렇게 주야장천 거울만 보고 하는데도 그토록 어설프게 추는 나의 모습이 안보인다. 분명 거울을 보고 추는데 그게 안보인다. 눈을 뜨고 내가 상상하는 나를 거울에서 본다. 이게 바로 눈뜬 장님이란 소리던가? 아마도 내 상상은 스스로 발레를 꽤 한다는 상상을 하나보다. 왜 어설프게 발레하고 있는 나를 거울을 통해서 못보는걸까...


근데 공연 영상에선 보인다. 너무도 적나라하게 말이다,


그래서 심각하게 또 고민했다. 아 진정 나의 취미를 바꿔야하나? 나도 좀 뭔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루키를 생각하며 달리기를 해봐? 주짓수도 잠시 배웠었는데 엄청 소질있다 했었는데...아님 어렸을 때 정말 잘한다고 칭찬받은 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해? 좀 뭔가 잘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꾸물거렸다.


하지만 또 다시 나의 삶을 생각해보면... 내가 언제 뭘 잘해서 했던게 몇가지나 있었나? 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글도 그렇게 잘쓰지도 않지만 책도 내고, 사업수완이 그렇게 좋지도 않지만 일하는 것을 보면...결국 해답은 그냥 하는거에 있다... 그냥 꾸준히 하는거...


게다가 난 다음날 발레수업 들으러 갈 생각을 하면 여전히 전날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전날 일하다가 다음 날 발레 수업있다고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분명 자기가 잘해야지 좋아하고 더 빠진다는 룰이라는게 있는데 나한테 이 룰은 안통한다. 그렇게 못해도 좋아하는 건 참으로 아름다운 저주이던가? 게다가 콩쿠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니 부담없는 발레수업이 너무 좋다. 콩쿠르 덕분에 체력은 부쩍 좋아져서 수업시간에 막 날라다닌다.


콩쿠르후에 또 나의 적나라함을 또다시 대면해 후유증이 있었으나 나의 발레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그냥 계속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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