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캐딜락 앞좌석에 두 명이 타고, 줄리어스는 운전석 뒷자리에 태워졌다. 옆자리에는 체구가 좋은 남자가 탔다. 인상이 험악했다. 그는 권총을 꺼내들었다.
“기사는 죽였나?”
줄리어스는 자신을 겨누고 있는 권총을 보면서 옆에 타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권총을 든 남자는 앞 사람을 보았다.
“이봐, 우리는 그렇게 쉽게 사람을 죽이지 않아. 물론 죽여야 할 땐 반드시 처리하지만.”
조수석에 탄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줄리어스는 오른손으로 상대의 권총을 슬쩍 아래로 누르면서, 총구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엉덩이를 들면서 왼 주먹으로 상대의 안면을 힘껏 때렸다.
'퍽'
"탕'
총이 발사되었다.
‘끼이익’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쿵’
뒤차가 앞차를 들이받았다. 줄리어스와 다른 세 명은 좌석에서 뒤로 휘청거렸다. 권총을 낚아챈 줄리어스는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뒤차로 달려갔다. 권총으로 겨누면서 차문을 열고 테슬라를 끄집어냈다.
“괜찮아요?”
줄리어스는 계속 권총을 겨눴다. 차 안의 세 남자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난 자네가 뭔가 할 줄 알았지.”
“자, 이제 뛰어요.”
줄리어스는 테슬라의 손을 잡고 빌딩들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섰다.
64.
“젠장, 얼마를 주고 빌린 차인데.......”
줄리어스는 투덜댔다. 주변을 살피던 테슬라가, 줄리어스의 손을 잡고 왼쪽 골목으로 끌었다.
“저 건너편이 구텐베르크 플레이그라운드라네.”
“그게 어쨌단 말입니까?”
줄리어스는 화를 냈다.
“줄리어스, 마음을 조금 가라앉혀 봐. 우리는 방금 10번 애비뉴에서 내린 거야. 그리고 저 앞 도로가 49 번 스트리트라네.”
줄리어스는 테슬라의 말을 얌전히 들었다.
“자, 따라와. 지하철을 탈 수 있을 거야.”
테슬라는 구텐베르크 플레이그라운드 앞을 지나쳐 8 번 애비뉴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 뒤를 줄리어스는 바짝 따랐다. 8 번 애비뉴에 도착한 그들은 왼쪽으로 꺾어 거슈인 극장(Gershwin Theatre)으로 향했다. 극장에 못 미쳐 다시 오른쪽 50 번 스트리트로 빠진 다음, 곧장 가서 브로드웨이에 도착했다. 눈앞에 지하철역이 있었다.
테슬라는 줄리어스를 돌아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인간의 발명품이 우리를 편하게 해줄 것이야.”
줄리어스와 테슬라는 지하철을 탔다.
“30 분 정도면 사우스 페리 역에 도착할 거야.”
“그 다음에는?”
“그러면 거기에서 화이트 홀 터미널까지 걸어 가. 그리고 페리를 타고 스태튼 아일랜드로 가면 되지.”
줄리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자네 말이야. 미래에서 왔다면서 지금 시대의 화폐를 가지고 있군. 미래에서도 지금의 돈을 사용하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우리 시대에는 돈이라는 것이 없어요. 누가 종이하고 물건을 바꾼단 말입니까? 이건 여기 시대에 와서 바꾼 겁니다.”
“그래? 뭐하고 바꿨는데?”
줄리어스는 지하철의 다른 승객들을 살펴보더니, 은밀하게 말을 했다.
“금과 바꾸었습니다.”
테슬라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웃음으로 바뀌었다.
“하하하, 금이라....... 완벽한 물질이지. 절대 변하지 않고 스스로의 모습을 천년만년 유지하는 신비로운 것이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지하철은 계속 달리고 있었다.
“혹시 아까 우리를 납치한 자들, 그 금 때문인가?”
줄리어스는 테슬라의 질문에 가만히 생각해 보더니, 이야기를 하였다.
“실은 몇 번 습격을 받았습니다. 좀 얻어맞았습니다. 아마 금 때문일 겁니다. 전당포에서 금과 돈을 바꿨거든요.”
테슬라는 줄리어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젠장, 모르겠다. 그래요. 린든이라는 자가 마피아 두목하고 무슨 사이랍니다.”
줄리어스는 종알거렸다. 테슬라는 눈을 감고 등을 기댔다.
“어느 쪽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마 다시 올 거야. 그리고 경찰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