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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pr 18. 2024

고독사회

고독사회 

어머니는 혼자 사신다. 사별 후 7년째다. 불면의 밤을 보내다 이른 아침 혼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농번기엔 씨 뿌리고, 풀 뽑고, 비료 주는 일로 하루를 홀로 보낸다. 가을걷이 때까지는 주로 흙과 더불어 바삐 사신다. 하루 종일 억척스레 일하는 나 홀로 농사꾼이다. 

하지만 농한기는 다르다. 긴 동면의 계절이다. 헛헛한 고독의 계절이다. 명강사들의 인생강의나 그럴싸하게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에 푹 빠져 산다. 

가끔씩 친척을 만나러 가시는 일 외에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다. 3년 간의 코로나가 교류의 끈을 끊어놓았다. 경동시장에 나가 장을 보거나 시내 구경을 하는 날 외엔 나 홀로 방구석이다. 그래도 지인과의 전화 통화 땐 목소리가 밝아진다. 하지만 아주 이따금이다. 자식들도 일주일에 두어 번 전화하고 한 달에 두 어번 찾아올 뿐이다. 

2년 전엔 두 해에 걸쳐 제주도 올레길을 1.5바퀴 완주했다. 홀로였다. 지난겨울엔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도전했다. 역시 홀로였다. 그러나 무리였다. 이젠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피레네산맥에서 시작하는 순례길은 노파를 받아줄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몸은 점차 쇠약해져 간다. 거뜬히 들었던 물 한 양동이도 이젠 쌀 한 가마니처럼 느껴진다. 미각도 시원치 않다. 먹어도 맛있는 줄 모르겠고 소화도 안 된다고 하신다. 그래도 농사는 포기하지 않는다. 올해도 살레시오 수도회 청소년들에게 먹일 쌀을 기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시겠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3년 전보다 3.2% 포인트 늘었다. (여성가족부의 2023 가족실태 조사 결과) 본격적인 고독사회에 진입한 셈이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외롭다고 말한 사람이 23.3%나 됐다. 이 또한 3년 전에 비해 5%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외롭다 보니 속얘기를 나눌 사람도 없다. 1인 가구의 24.6%는 "문제나 걱정거리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혼자 사는 4명 중 1명이 편한 대화 상대가 없다는 얘기다. 

영국의 소설가 에드워드 로벨은 "고독은 가장 무서운 감옥"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의 말을 빌리자면 창살 없는 감옥 안에 갇혀 사는 외로운 이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인간은 누구든 늙는다. 고독하지 않을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외롭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나서야 한다. 

좀 더 자주 전화하고, 안부 묻고, 찾아뵙고, 농사일도 거들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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