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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ㄱㅁ Jul 26. 2021

친구랑 둘이 집 한번 사보려고요(2)

나도 이제 집주인


임장을 위해 두 번째 연차를 냈다. 이번 타겟은 경기도 시흥시다. 집을 사고 싶다고 여기저기 말해놓으니 다들 한 번씩 시흥이야기를 하더라. 몇 번 듣다보니 내 집이 시흥에 있다는 운명적인 예감을 느꼈달까. 바로 시흥으로 임장을 하러 꼭두새벽부터 갔다.


첫 번째 동네는 오이도역 근처로 길 건너에는 배곧신도시가, 근처에 공업단지와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는 정왕동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가까이 있고 공원 조성도 꽤 잘 되어있어 당장 내가 들어가 살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조금은 오래된 동네였다. 걸어서 주변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부동산이 있어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투자할만한 아파트 찾고 있는데 상담 가능할까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사장님은 마침 좋은 매물이 있다며 매물을 하나 추천해줬다. 현재 집주인이 거주중인 25평 아파트로 집주인이 그대로 2년 동안 전세로 살 예정이라 전세금을 제외하면 당장의 투자금은 7천만원 정도만 드는 소액 투자용 매물이었다. 저녁에 다시와 직접 매물을 보겠다며 약속을 잡고 두 번째 임장 장소로 향했다.


두 번째 목표지는 시흥시청역 근처인 장현지구다. 아마 사람들이 시흥시를 추천했을 때는 이곳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호재가 겹쳐있는 동네였다. 교통호재에 다양한 개발계획까지 잡혀 있어 이미 나와 있는 매물이 없을 정도였다. 우리가 투자하기에는 값이 오를 때로 올라 있기도 했다. 부동산 3~4군데를 돌며 상담을 받고 난 후 이번에는 시흥대야역으로 향했다. 


시흥대야역은 앞에 봤던 동네에 비해 매력적이진 않았으나 서울과 가깝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비교적 신축 아파트에 30평대 이상 매물이 많은 동네였으나 교통호재도, 주변에 이렇다할 산업지구도 없어 투자가치로 적당해보이진 않았다. 하루 종일 임장을 돌다보니 벌써 저녁 7시가 가까워져 다시 첫 번째 동네였던 정왕동으로 갔다. 부동산에서 보여준 매물은 부엌이 유난히 작지만 방은 3개인 낡은 아파트였다. 이방저방 색색깔로 도매된 벽지가 눈에 띄지만 20년된 아파트치고는 꽤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소담한 집이었다. 우리가 집을 둘러본 건 겨우 2~3분? 변기 물 한 번 내려보지도, 물 한 번 틀어보지도 않고 대충 집을 둘러보고 나왔다. 누군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 집을 구경하는 일이 난생 처음이라 민망했고, 코로나 때문에 남의 집을 보는 일이 괜히 죄스러웠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아니 잠깐 귀신이라도 씌었던 걸까? 집을 보자마자 우린 그대로 계약까지 해버렸다. 엄청 마음에 들었던 것도 이곳에 투자 호재가 분명한 것도 아닌 오래된 동네에 지어진 작은 아파트였는데, 왜 우린 그렇게 급하게 집을 계약했던 걸까. 우리 뒤에 다른 매수자가 집을 보러 올 예정이라는 말에 우린 덜컹 집을 사겠다고 했다. "저희가 살게요 이집!" 


항상 부동산은 뜨거운 이슈였지만, 이번 정권이 들어서기 전만큼 모두가 집에 연연했던 적이 있을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불안한 부동산 뉴스에 우리도 모르게 우린 잔뜩 겁에 질려있던 것 같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거야'라는 막연한 재촉에 뭣도 모르는 애 둘이서 집을 사버렸다. 가지고 있어도 당장 쓸 데도 없는 돈이었기에 가능했지만, 이게 옳은 결정이었는 지는 우리도 잘 모른다. 그저 망해도 우리가 살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저질러 버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계약하는 바람에 당장 계약금으로 줄 3000만원도 없어서 우선 급하게 100만원만 전달하고 다음날 나머지 2900만원을 입금하겠다고 했다. 당장 준비한 돈도 없으면서 집을 사겠다고 하는 우리 둘을 매도인도 황당했겠지만, 우리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부랴부랴 계약서를 쓰고 더늦기 전에 빨간등대를 보러 향했다. 오이도에 왔으니 빨간등대는 보고 가야지 않느냐며 첫 집 계약을 자축하며 오이도 빨간등대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임장 2번째만에 우린 계약을 해버렸다. 8월 잔금까지 치루면 어쨌든 우리도 조만간 진짜 집주인이 될 예정이다. 그래. 없는 것보단 낫겠지. 우선 웃고 보자. 그나저나 2년 뒤에도 세입자가 잘 구해지겠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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