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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ㄱㅁ Feb 21. 2024

멍청한 유주택자의 비애

부동산 투자 망했어요


때는 2021년, 갑자기 부동산귀신에 씌어 더럭 오래된 구축 아파트를 샀다. 당시 '나만 벼락거지가 될 순 없지'라며 2030이 열풍적으로 투자를 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고, 3억짜리 구축을 갭투자로 그것도 친구와 함께 구입하다 보니 초기 투자비가 크게 무리가 되지 않았기에 정말 별생각 없이 부동산을 계약했다.


겨우 2번째 임장이었고, 호재도, 주변 시세도 몰랐다. 그저 지인의 '그 동네가 투자하기 좋대'라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갔던 동네였다. 정말 귀신에 씌었는지, 우리는 집을 보고 나오자마자 계약을 했다. 그날 저녁 메뉴도 이렇게 생각 없이는 안 골랐는데.


계약 후 2년이 지났을 때쯤 매매가와 전세가가 8천만 원 정도가 떨어졌다. 세입자를 새로 구해야 하는 시점이 오자 우리는 현금 8천만 원을 구해야 했다. 둘이서 엔빵이니까 4500만 원씩. 2년 동안 그 돈을 모았을 리는 만무했으니, 결국 둘은 각자 대출을 받아 돈을 마련했고, 겨우겨우 전세금을 돌려주고 새로운 세입자를 맞이했다.


단순히 집값이 떨어진 것 말고도 문제는 많았고, 부작용은 컸다. 유주택자가 된 순간부터 우린 수많은 혜택과 기회를 날리게 됐다. 대출도 더 비싸게 빌려야 했고, 행복주택 등 공공주택에 도전할 수 없게 됐고, 연말정산에서도 공제액이 줄었고, 청약 범위도 좁아졌다. 사실 가진 건 빚뿐인 우리였는데, 후회는 이미 늦었다.


당시 가세가 심하게 기우면서 태어난 순간부터 평생 살아온 집을 팔았다. 엄마는 매일 울었고, 아빠는 자꾸 화를 냈고, 나는 불안했다.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할지 겁이 났고, 가진 돈으로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안과 초조는 날 성급하게 했고, 결국 난 실수하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돌이켜 봐도 너무 준비 없이 부동산에 뛰어들었다는 게 문제라는 걸 알기에, 매일 네이버 검색창에 'OOO GTX' 'OOO대교' 등 기약 없는 호재만 검색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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