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박박 닦아 보송하게 말리는 기분

비움에 대하여

by 윤슬

아끼던 원목 책상을 중고로 팔았다. 예전 집 크기에 맞춰진 책상이라 지금 집의 사이즈에는 안 맞았는데 계속 끌어안고 살다가 이제야 놓아주었다. 가장 많은 시간이 묻은 부피 큰 흰색 소파도 팔았다. 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모든 집착과 사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행동. 시원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아무리 아끼고 좋아하는 것도 상황과 환경에 맞지 않아 욱여넣은 채로는 결국 오래갈 수 없는 것 같다. 조화롭지 않으니까.


언젠가 가구에 기억과 감정이 묻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구에 스민 기억과 감정은 집의 구성요소가 된다. 과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간의 흔적과 내 손때가 묻은 가구들은 내 행복과 사랑과 슬픔을 모두 지켜봤다. 설레는 시간도 함께했고 눈물의 시간도 함께했다. 그래서 소중했지만 그래서 떠나보내고 싶었다. 마음을 비우는 데에 내가 아는 최고의 방법은 물리적인 공간을 비우는 것이니까. 덜어내고 빼낸 자리의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먼지를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내 마음속도 머릿속도 함께 청소했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도 그랬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책상서랍 속이나 사물함 속을 다 뒤집어 빼낸 뒤에 새로 정리했다. 성인이 된 뒤로는 혼자 사는 집을 뒤집어엎었다. 가구 배치도 바꾸고 침구도 바꾸고. 그러고 나면 내 마음을 박박 닦아 보송하게 말리는 기분이 들었다.


가구를 팔고 보니 사는 데 뭐 그렇게 많은 짐이 필요했나 싶다. 그득그득 욱여넣은 걸 짊어지고 사니 어려울 수밖에. 애착이든 집착이든 덜어내고 비워내니 바람이 지나갈 공간이 충분해 보인다. 인생에도 그런 게 필요한 것 같다. 창문처럼 숨 쉴 구멍 하나쯤은 마련해두기, 부조화스럽게 가득 찬 것들은 속을 뒤집어 비우고 덜어내며 정리 정돈하기, 마지막으로 바람을 쐬어 말리기. 지금의 환경에 맞추어 조화로운 상태를 만들어가기. 언젠가 또 채워지겠지만 당분간은 우리 집도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