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

by 아메리카노

빠른 속도로 천 만을 향해 가고 있는 영화다. 대진운이 좋았고 시기를 잘 탔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미 없으면 보지 않는 것이 요즘 관객이다. (심지어 벌써 전 두 번 봤습니다.) 천 만 영화는 꼭 작품성이 훌륭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천 만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서사는 왕의 남자였지만, 이외의 작품들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액션이라든지 코믹이라든지, 시대성이라든지 암튼 극한직업 천 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계절 특수를 탔던 도둑들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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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없는 마약반이 거물을 검거하기 위해 치킨 집에 위장 취업했다는 스토리는 이미 예고에도 등장했지만, 이 사실이 이렇게 개연성을 가질 줄 몰랐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그들의 치킨 가게는 맛집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 사실부터 정말 황당한데 재밌다. 물론 영화니까 그렇게 쉽게 일이 풀렸겠지만 나름 소상공인의 애환을 공무원이 대리체험 하는 격이었다. 한 때 모든 직업의 마지막은 치킨집이라고 하던 짤도 떠올랐다. 그만큼 치킨은 친근하다. 이 친근한 소재를 마약과 버무린 것이, 또 황당한데 설득력 있었다. 맛집, 대중매체, 프랜차이즈, 그것들이 갖고 있는 소소한 문제점을 지적해 준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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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영화 거의 끝부분에 나온다. 아마도 이들은 그냥 팀 자체로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어리숙한데, 지나치게 성실하다. 그래서 이들의 성공을 관객들은 간절히 바라게 된다. 어떤 직업이든, 그렇게 사는 사람이 성공해야 덜 허무하니까, 산다는 것 자체가 극한직업인 세상이니 더 그렇다. 고반장의 가족 이외에 다른 팀원들은 개별 사연이 단 일초도 등장하지 않는데 그것이 오히려 영화의 집중도를 높였다. 이 영화의 매력은 잘 치고 빠진다는 점이다. 치킨 집에서 웃음 주다가도 범죄 수사 중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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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출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존재감이 넘쳤던 두 사람, 테드창과 이무배. 우리나라 영화에서 마약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흔하고 뻔하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스토리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일까, 단골이라 식상하기도 한데 이 영화에서는 치킨과 콜라보가 되어 그런지 신선한 느낌이다. 마약하는 악당들이 흔히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 대중화인데 치킨만큼 대중적인 것도 없으니 잘 버물어지지 않았나 싶다.


악인 두 배우의 케미도 좋다.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마다 웃음이 터졌다. 멘트도 재밌는데 말투마저 찰떡이었다. 신하균은 최근 나쁜 형사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더 신선하게 다가오는 듯 했다. 두 캐릭터에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네이밍이었다. 역할에 부여된 이름이 생각보다 극에 영향을 많이 준다. (특히 테드창 꿀잼이었는데 두번째 관람때는 혼자 웃어서 민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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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이 잘되는 이유는 대다수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다 갖췄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꼴찌가 역전하는 걸 좋아한다. 정의가 승리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치킨을 좋아한다. 수사물인데도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느와르가 재밌을 때도 있지만, 이하늬가 맡은 장형사라든가, 이무배의 오른팔인 선희역도 적절한 배치였다.


명절 특수를 잘 탄 것도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이런 영화는 얼마든지 봐도 좋을 듯하다. 굉장히 통쾌하고 유쾌하기 때문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 때 흐뭇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긴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러운 것도 없는, 개별 캐릭터 설정마저 속 시원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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