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MC : 더 벙커

by 아메리카노

웬만하면 별로인 영화에 대해서 가타부타 리뷰를 남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두 번이나 보게 되었고 이 영화를 피하지 못한 한풀이라도 할 겸 몇 자 남겨볼까 한다. (스포주의)

더 테러 라이브 감독과 하정우의 재회, 개인적으로 더 테러 라이브도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감을 영화 결말까지 끌어 가는 탓에 상영관을 나오면서 몸이 뻐근할 지경이었다. 물론 배경이 크게 바뀌지 않는 상태에서 거의 주인공 혼자서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 호평을 받을만했지만, 그건 그거고 재미는 재미다.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관객은 재미 혹은 감동, 유익함 중에 하나는 챙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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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와 이선균의 만남으로 영화는 개봉 전부터 모두의 기대를 샀다. 역시 기대는 독이다. 차라리 남한과 북한의 전우애였으면 좀 더 나았을까, 이건 소속부터 상당히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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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군사기업 PMC 리더 에이헵은 미국에 거주한 불법체류자다. 한국에선 특공부대에 있었지만 낙하산 추락사고 이후 의족을 달았고, 의료 보험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아웃 사이더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꼭 지키려고 하는 것은 동료와 함께 살아 남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에이헵이 얼마나 동료애가 강한지, 리더로서 팀원을 포용하려는 책임감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엉뚱한 곳에서 마무리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강한 허점이었다. '고맙다, 북한' 이라는 대사는 2023년이라는 미래 배경에 걸맞기는 커녕 현 정부에게 아부하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정치적 성격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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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살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의사 윤지의, 의사로서 사명감도 훌륭하고 굉장히 박애주의자이다. 이런 사람이 정말 북한에 존재하는 캐릭터일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어떤 코멘트에서는 이선균이 북한 사투리를 쓰는 것조차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하 동문이다. 마치 예전 영화 완벽한 타인 속 이서진 캐릭터처럼 대외적 이미지가 강한 배우가 배역 선택을 잘못한 듯 보였다. 윤지의는 에이헵의 절대적 지지와 애정을 듬뿍 받는 캐릭터이다. 아무리 극한의 상황이라고 하나, 생판 처음 본 두 사람이 이렇게 강하게 끌릴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서사가 엉망이라는 느낌을 준다. 윤지의가 '모두 자기만 생각하니까, 전쟁이 나는 것이다' 라고 하는 말에는 공감이 가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한민족 정서로 남북한이 화합해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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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보다는 영상에 힘을 너무 많이 준 영화다. 계속 이런 식의 화면을 스크린에서 봐야만 했고 관객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는 영화관에 와 있는가 피씨방에 와 있는가 의문이 든다. 독특한 연출이 한 두 번이어야 그럴싸 하지 답답하고 좁은 벙커 안을 또 다른 카메라를 거친 프로그램을 통해 둘러 보는 것은 상당히 어지럽다. 2023년에 이렇게 불편하게 전쟁해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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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외국 사람, 소속도 미국, 정치적 배경도 미국인 탓에 영화는 영어 대사가 2/3이다. 다른 언어로 연기한 배우는 고생했겠지만 한국 영화를 보면서 자막을 읽어야 하는 관객 역시 곤욕이었다. 심지어 한국 영화 속 자막은 글자가 몹시 작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에이헵에게 아이언맨 수트를 입혔더라면 훨씬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죽을 듯 죽지 않는 주인공들의 고군분투에서 개연성이라고는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공감을 단 한 장면에서도 찾지 못한 영화도 상당히 오랜만. 그런 의미로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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