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 이제야 DC에서 마블을 향해 제대로 도전장을 내민 듯 하다. 히어로물 맛집인 마블사가 조금은 긴장해야 할 것같은 썩 괜찮은 영화가 등장했다. 슈퍼맨 대 베트맨에게 실망했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는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쿠아맨은 영웅이야기의 기본적 서사도 잘 챙겨가면서 볼만한 영상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아서는 등대지기인 아버지와 아틀란티스의 여왕에게서 태어났다. 육지인과 바다인 사이의 혼혈이다. 보기에 따라 고귀할 수도 보기에 따라 더러운 존재일 수도 있었다. 아틀란티스는 번영을 이루었던 명성을 뒤로 하고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심해 속 왕국은 대대로 진정한 왕이 왕국을 통솔하고 그 바다를 다스리는 오션 마스터가 되었다. 으레 영웅들의 시작이 그렇듯 아서는 그런 정치적인 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바다와 육지의 평화를 바라며 바닷속 생물들과 교감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이부 동생의 견제를 받게 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죽고 난 뒤 아틀란티스를 물려 받게 된 옴, 그는 육지가 바다를 향해 지속적인 공격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수 기름 쓰레기 등은 바닷속 환경을 망가뜨리고, 왕국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전쟁만이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나뉘어 있던 다른 종족들을 설득하고, 참전하게 한다. 강압적인 옴의 태도는 전형적인, 빌런이었다. 강한자만이 세계를 다스릴 수 있다는 착각,
옴의 가치관을 따를 수 없었던 두 사람, 보좌관 벌코와 약혼녀 메라. 두 사람은 조용히 살고 싶어 하던 아서를 설득하고 훈련하여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분법적으로 육지와 바다를 나누어 생각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아서가 맡아주길 바란다. 아서가 그 자리에 적합한 이유는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사람이 만나 만들어 낸 사랑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던 아서는, 좋은 조력자를 만나 영웅의 자리에 대해 깨닫게 된다. 역시 혼자 잘난 맛에 사는 영웅은 없다. (마블의 아이언맨 정도?ㅎㅎ)
아틀란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삼지창, 고대 왕이 종적을 감추면서 함께 사라져 버린 전설의 무기, 진정한 왕만이 가질 수 있다는 그 무기를 손에 넣어야지만 육지와 심해의 수호자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은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영상과 액션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가끔은 사랑에 대해 가끔은 인생에 대해 고찰해 볼 시간을 갖는 타이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히어로 영화의 1편은 이런 세세한 설명이 나오는 건 감안해야 한다. (어쩐지 여태 캡틴아메리카 1편을 보지 않았다;)
형제의 난, 어디서 본 듯한 서사구조지만(토르 로키도 맨날 싸우고 블랙팬서도 사촌이랑 싸우고) 그래도 가족이야기 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다. 아버지가 다른 상황에서, 아 그런데 도대체 DC는 어머니 감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물론 그 점은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이고 가장 감동적인 것은 맞지만. 그러고 보면 마블에 아버지 감성이 잘 나오는 것과 대조되는 듯 하다.
그간의 히어로들이 굉장히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이었다면, 아쿠아맨은 굉장히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다. 자연과 소통하고 그것들을 다스리고 지켜내는 모습, 그리고 고층 빌딩을 날아다니고 도심을 질주하던 영상 대신 아쿠아리움에 들어 온 것같은 영상미가 그러한 세계관을 대변한다.
땅의 아들이자 바다의 왕 심해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아쿠아맨은, 이제 시작이다. 아무리 그래도 수트는 굉장히 아쉽다. 물고기스러워,
덧, 여주인공들이 심하게 예쁘다. 이건 뭐 작정하고 블랙 위도우 맞짱 뜨자는 것 같았음 빨간 머리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