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영화는 천만 관객을 맞이했다. 개봉 당일 관람, 다음날 재관람을 마쳤는데 이제야 리뷰를 쓸 타이밍이 되어 아무래도 뒷북일 듯 싶지만, 나름의 정리해본다. (스포 금지령이 해제되었다고는 하나, 혹시나 안 보신 분들은 주의 해주세요)
세상엔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두 분류로 나뉜다. 그리고 다시 엔드게임을 호평하는 사람과 허점을 지적하는 사람으로 갈린다. 어벤져스가 그만큼 인기있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사실 마블 영화를 정리할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이런 히어로물에서 완벽한 서사를 기대하는 것부터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철저하게 오락영화인데 하나하나 의미 부여 하면서 읽어가는 것은 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마블의 역사와 가치관을 따라 지금껏 달려오며 철저하게 분석한 사람이라면 기분 상할 이야기겠지만서도. (갑자기 이런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누군가 엄청나게 영화를 깐?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 마블편을 들어 주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엔드게임은 어벤져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마치 아이언맨4 혹은 캡틴 아메리카4 라는 느낌을 준다. 아마 이 의견엔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두사람의 투닥거림은 이 영화에서 타노스와의 전쟁과 함께 막을 내린다.
영화는 토니로 시작해 토니로 마무리 된다.
지난 인피니티 워에서 캄캄한 우주에 갇힌 그가 어떻게 돌아 올지 의문이었는데, 초반에 너무 쉽게 해결돼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캡틴 마블이 쿠팡맨인 줄 알았다.) 하루가 가는지 오는지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토니의 지독하고 처절한 외로움이 표현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풀렸다.
어벤져스1 이후 부터 토니는 지구 이외의 행성에 존재하는 이들에 대해 책임감과 공포를 동시에 지니고 살았다. 사람들은 너무 스타크씨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천재는 괴로운 위치라는 사실이 그를 통해 설명된다. 토니는 피터를 잃었지만 페퍼와 모건(그의 딸) 만큼은 잃고 싶지 않아, 히어로에서 일반인 노선으로 돌아가려고 애쓴다. 그에게 아무도 손가락질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돌아 오지 말지, 최후의 한 가지 방법 앞에 섰을 때 흔들리던 눈빛은 정말 다시 생각해도 심장이 떨릴 정도다. 아이언맨은 진정한 히어로다. 영웅의 정석, 교과서.
살아 남은 멤버들은 동료들을 잃었단 사실에, 처절하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괴로워 한다. 시간이 5년이나 점프할 거란 상상도 못했는데, 그 긴 시간동안 가족들을 (동료를) 그리워 했다면 살아있다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영화는 '상실감'이 불러오는 아픔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었다. 캡틴은 리더 답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역설하지만 그 역시 굉장히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 했다. 결말의 선택도 그 때문인 듯.
원 픽은 언제나 캡틴 아메리카였다. (물론 남자로서는 로키) 고지식하지만 강직한 리더의 모습이 좋았다.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고 맡은 팀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이 좋았다.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몹시 아쉽고 슬프다.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다녀도 국가만 생각하지 않은 점이 매력적이었던 캡틴.
토르의 역변에 실망한 관객들도 많았을 것이다. 토르는 동생도 잃고 나라도 국민도 잃었다. '신'이라는 타이틀까지 있던 히어로였는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그 방어기제로 자신을 망가뜨리게 된다. 그건 굉장히 평범한 후유증이다. (돌아다니다 들은 피셜에 따르면 일부러 토르의 능력을 감소 시켜야 했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엔딩은 오로지 아이언맨이 내려야 했기 때문?)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의 에피소드가 상당 부분 영화에서 할애됐다. 후속작을 위한 바탕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극단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살생을 하는 자들을 처단한다는, 삐뚤어진 히어로. 그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건 오랜 동료뿐, 서로가 희생하지 못해 안달난 싸움 장면까지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2차 관람할 땐 이 부분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했을 정도) 시간 여행이라는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소재를 가지고 중간 중간 드라마틱한 서사를 넣으려고 애쓴 부분이 많았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히어로도 사람이다, 라는 마블 특유의 감성을 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캐릭터가, 영웅으로서의 자세가 부족했다는 뜻은 아니다. 위도우는 어벤져스의 안방마님으로서 늘 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에게 가족은 그 동료들 뿐이었으니 그녀 역시 마지 못해 살아왔을 것임이 자명했다. 바튼을 만나 '희망'을 좀 더 일찍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은 살인 병기로 자랐다는 과거가 의아할 정도였다. 누구보다 인간애가 강한 인물, 영화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그녀를 볼 수 없었단 사실이 마블 팬들로서는 아쉽기 그지없었을 터였다.
핵심 키워드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유머 캐릭터가 되어버린 앤트맨. 개미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작고 왜소한 느낌. 이번 영화에서 유머 지분은 몽땅 이 남자에게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었던 스토리라인을 웃음으로 커버하고 결정적 단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앤트맨이 결정적이었다. 다른 인물들과 두루두루 무난한 케미를 보여줬다는 점이 또 매력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반전은 로켓이었다. 아니 이렇게 많이 나올 일이야? 가오갤에서보다 더 많이 나온 것 같은 느낌. 가오갤 팀에서 리더인 스타로드가 아니라 로켓이 살아 남은데는 우주 천재였기 때문인 것 같은데, 너구리 주제에 더 사람같은 멘탈로 서사를 누볐다. 토르의 손을 놓지 않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 판. 끔직한 전쟁을 마무리 하는데 있어 키포인트는 마음이었단 생각이 갑자기 든다. 동료도 가족도 나몰라라 하는 이들이 살아남았다면, 다시 도전하는 일도 그 끝을 승리로 마무리 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스톤을 찾아 돌아오는 이야기들은 마치 드래곤볼에서 용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졌다. 잘 따지고 보면 여기저기 착안 한 이야기들이 있고, 그래서 허점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별 하나의 추억과 스톤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어머니, 스톤 하나의 어머니.
시간 여행, 그 어려운 것을 인터스텔라처럼이 아닌, 오락적으로 풀어가는데 있어서도 부족한 점은 드러났을 터였다. (이렇게 애매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두 번 봤는데도 납득 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지난 날의 역사를 리와인드 해 본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으니까, 넘어가주자, 라고 팬들은 생각했을 거다. 아마 3시간도 영화를 모두 추슬러 정리하기엔 부족했을 것이다.
굉장히 재미있는 드라마도 마지막회는 재미가 없다. 엄청나게 흡인력 있는 장편 소설도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부진해진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엔딩이라는 고지에서 조금은 평범하고 어설픈 느낌은 없지 않아 있다. 하나하나 사연을 다 살리기엔 인물이 지나치게 많다. 정말 대사 한 마디 없었던 히어로에게는 보는 사람이 미안할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정의가 승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을 사랑하게 만들었던 토니가, 가장 히어로 답게 퇴장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원작도 잘 모르는 사람이기에 세세한 연결고리는 이야기 할 수 없지만, 그냥 영화에 대한 느낌은 이정도다. 인피니티워 이후 일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도 어벤져스였기 때문에 가능했기 때문에 엔드게임이 허점 투성이라고 해도 괜찮다. 이겼으니까, 그리고 모두 함께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