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by 아메리카노


#기생충 #스포주의







이 영화는 무려 그 유명한 칸영화제 수상작이다. 거기다 유명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조합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마약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간의 비슷한 소재들에 지쳐있던 관객들에게 그 점에서 흥미롭지 않았나 싶다. 미리 공개 되었던 제목과 예고편도 흥미로웠다. 제목은 마치 예전 '연가시'라는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전염병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가족희비극이라니.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는 다양한 해석을 불러 일으키는데, 보고 나면 막상 주제를 읽어내긴 어렵지 않다. 우리 사회의 계급구조에 대해 너무도 극명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택의 가족은 전원 백수다. 반지하에 살면서, 남의 와이파이를 훔쳐 쓰고 피자 박스를 접으며, 노상방뇨를 하는 취객의 발끝을 바라봐야 하는 일상이다. 처음엔 어떻게 전원백수일 수가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지 멀쩡해보이는 사람들이거늘, 모두 그렇게 고정 수입이 하나 없을 수 있을까. 물론 대입 실패자인 자녀들, 사업 실패자인 부모라는 설명이 추가되면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극단적 설정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숙주를 향해 손길을 뻗는 기생충이 되려면 그 정도의 설정은 개연성을 크게 망가뜨리진 않는다. 우리 주변만 둘러보아도 큰 이유가 없이 무직인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들 가족은 아들의 친구로부터 귀한 수석을 선물 받는다. 이 돌이 영화 끝까지 나타날 줄은 이때만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갖가지 복을 가져다 준다는 이 돌때문이 모르겠지만, 이후 기우는 스스로는 범죄나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방법으로 고액 과외 선생님이 된다.


기우가 가게 된 집은,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집 안까지도 꽤 많은 계단을 거쳐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가족 구성은 자신네와 똑같았는데 사는 환경이 너무 달랐다. 그 환경이 탐이 났던지 기우는 첫번째 기생충이 된다. 자신의 보증해준 친구와 부잣집 사모의 믿음을 배반하고 기회를 만든다. 기우는 계획을 세워 차례차례 자신의 가족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인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왜 그동안 직장을 구할 땐 발휘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숙주에게 달라 붙는 솜씨가 대단하다. 그리고 숙주인 부잣집의 사모를 비롯, 부유한 가족들은 너무도 허술하게 벌레들을 집안으로 들인다.





숙주인 박사장과 연교는 굉장히 젠틀하고 우아하다. 가진자들 치고 타인을 대놓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굉장히 '심플'하다. 자신들에게 큰 폐를 끼치지 않는 한 너그럽기 그지없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를 그린 영화들에서 가진자들이 이렇게 그려진 적은 없었다. (물론 제가 기억하는 한도에서)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기생충이 나쁘지 숙주는 죄가 없다, 라는 생각부터 든다. 결과적으로 큰 피해를 본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아래 계층의 사람들이 무얼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 주의다.




박사장이 싫어하는 건은 '선을 넘는 것'이다. 그 선은 물론 그들이 스스로 그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 표면적으로 계급과 선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가 말하는 선을 알 것 같다. 그래서 웬만하면 다들 선을 지키고 사려고 하는데, '냄새'는 컨트롤이 잘 되지 않는다. 박사장을 화나게 하는 것도 기생충을 화나게 하는 것도 결국 그 냄새다. 시각과 청각만 자극하는 매체인 스크린에서 후각이 느껴질 정도로 영화는 '냄새'에 대한 설명을 꽤나 공들인다. 박사장은 지하철은 타면 나는 냄새라고 말한다. 그 말은 굉장히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을 비하할 정도의 위험한 발언이지만, 관객이 느끼기엔 그런 단순한 냄새가 아닌 것 같다. 냄새는 자기 관리와 직결된다. 일자리는 커녕 삶의 계획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냄새는 박사장네 지하에 숨어 살던 근세에게 가장 역하게 풍긴다. 결국 냄새가 선을 긋고, 냄새가 자신의 위치, 계급을 규정짓고 있었다.






영화는 장소를 크게 바꾸지 않고, 오로지 집의 대비를 보여주며 서사를 끌어간다. 그래서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에 집중하게 만든다. 하나의 집이긴 하지만 구석구석 다른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지루함을 벗어난다. 기택의 집을 보면 얼굴이 찌푸려지다가, 박사장네 집에 오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사람들이 박사장네를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도 기생충이라고 말했듯, 남에게 기생하는 사람들은 '벌레'다. 불을 키면 순식간에 도망가는 바퀴벌레, 그렇다면 기택네 가족이 소독이 필요한 사회의 악일까? 또 그렇게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불편함이다. 그들은 대만 카스테라를 믿었다가 망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사회가 잘못이지, 이렇게 계급이 나뉘고 생활이 구분되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탓이다. 돈의 유무.





인디언, 모스부호, 박사장의 아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상징들도 여럿 있었다. 미제 텐트는 물이 새지 않지만 한국의 건물인 기택네 집은 새다 못해 침수한다. 낮은 곳에 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박사장의 아들인 다송이 가진 상징성을 좀 더 영화에서 활용하고 풀어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런 결과는 없었다. 인디언을 좋아하고 모스부호를 읽을 줄 아는 다송이었지만, 지하에서 보내는 신호를 읽기엔 아직 미흡한 것인지, 어쩌면 일부러 외면하고자 한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코미디인지 스릴러인지 드라마인지 장르를 순간순간 바꿔가며 관객들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러닝타임이 엄청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는 서사를 갖고 있다. 거기다 이런 저런 토론거리도 많이 던져준다. 이래서 상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는 분명하다.



우리나라 영화도 마약, 정치, 조폭, 뺄 수 있네요.

아, 그리고 정말 모든 배우들이 너무도 잘 어울려서 더 재밌습니다.

덧, 저는 땡땡이입니다. (김숙 언니 친구 장혜진님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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