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가 아닙니다,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 85년생인 나로서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민음사에서 추천하는 젊은 작가들에 리스트업 되어 있었던 만큼 글에 큰 기대도 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도 컸다. 내 책꽂이에는 세 번 이상, 혹은 열 번 이상 읽어도 아깝지 않은 책들 뿐이라 그 책을 1초도 망설임 없이 친구에게 줘버렸다. 책꽂이에 몇 년씩 꽂아두어도 절대 다시 읽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이 전혀 없었다. 영화화가 진행되면서 작품은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영화를 보느냐 보지 않느냐를 가지고 페미니스트나 아니냐를 결정지을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했다. 개인적으론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분란을 일으키는 걸 싫어하는 편이라, 그런 페미니즘 유행에 관심조차 두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나 재미없는 글을 영화로 만드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영화가 개봉하고 사람들의 호평은 이어졌다. 원작을 먼저 읽고 나서 영화를 보면 꼭 실망했는데, 이상하게 영화가 궁금했다. 사실 그 책이 매력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한 여자의 일기장 같은 서술 때문이었다. 그리고 82년생이 그렇게 심한 차별 대우를 받았던가 공감되지도 않았다. 차라리 70년생 김지영이었다면 모를까, 지나친 피해의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가 별로였다.
영화는 정유미, 공유라는 연기력 좋은 배우들을 선택했다. 사실 그 두 사람을 보는 재미만 챙겨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정유미가 엄마 역할이라니 공유가 아빠라니, 마치 예전에 김애란의 작품을 영화화했던 두근두근 내 인생이 떠오르기도 했다. 송혜교 강동원이 부모라니,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니 김애란의 작품과 비교해도 좋을 듯싶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고등학생 시절 출산과 육아를 시작하게 된 부모들이 등장한다. 거기다 아이는 조로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족에겐 그늘이 없었다. 세상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칠 수 있는데, 82년생 김지영은 출생 연도와 이름 탓에 너무도 쉽게 일반화되어 버렸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여자들의 모습만 모아 모아 그렸다. 남녀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에 충분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 정리하자면 굉장히 우울하고 어둡다. 주인공인 김지영이 너무 답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펑펑 난다. 그 이유는 김지영 때문이 아니라, 김지영의 엄마 때문이다. 소설이 주인공 김지영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는 김지영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을 주목하게 했다. 그들이 김지영을 어떻게 위로하고 감싸 안는지 보여주었다.
김지영이 힘든 이유는 여자라서 이기 보단,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일은 그만둬야 하고, 온 신경은 아이에게 맞춰 있고, 해도 해도 티 나지 않은 집안일, 그런 생활은 점점 그녀를 병들게 만들었다. 물론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회 구조다. 그러나 안타까움 한 켠에는, 결국 그것마저도 그녀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 내가 미혼인 탓일까. 김지영의 곁에는 좋은 엄마도 좋은 아내도 포기한 회사의 팀장과 비혼 주의인 언니도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