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자면 길지만 나는 주 1회 지방에 내려간다. 평소엔 시외버스를 이용하는데 가끔 자차로 이동할 때가 있다. 지난 설 연휴 바로 직전이 그런 날이었다. 금요일부터 휴일이었는데 고속도로는 내가 이동하는 목요일부터 정체였다. 서울 톨게이트에서 목적지까지 약 120킬로미터 정도였는데, 신갈 이후로 거의 내내 막혔다. 지루하고 따분한 운전일 수밖에 없었다.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아니 운전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차가 정체되는 것이며, 교통사고는 왜 일어날까였다. 그날도 그런 생각이었다. 시속 90킬로미터 정도로 아직은 정체구간을 만나지 못해 조금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앞 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나도 정말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았다. 조금만 아차 했으면 부딪쳤을 정도였다. 나도 바짝 붙었고 내 뒤차도 바짝 붙었다. 비상등을 켜고 차선을 바꿔 빠져나가는데, 바로 앞에 사고 난 차들이 보였다. 총 4대의 자동차가 부딪쳤고, 하마터면 그 뒤로 내 앞 차도 나도 내 뒤차도 연달아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고는 나와 함께 달리고 있는 그 순간, 코 앞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심장 박동수가 무섭게 빨라졌고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나 역시도 큰 사고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난,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난 안도보다 이런 심장의 경박스러운 뜀이, 너무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놀라서 혹은 무서워서 때론 지나치게 좋아서, 그럴 때 심장은 몹시 요동친다. 나는 요즘 부쩍 설레고 싶다. 그런 생각을 며칠 째 쭉 하는 중인데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요즘 유행하는 ‘아무 노래’처럼 ‘아무 사람’이나 내 앞에 등장한다면 나는 그를 격하게 좋아하고 싶은 심정이다.
새해가 되었을 때 아무런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았던 것도 아마 이런 이유였던 것 같다. 나이를 먹는 일은 이제 너무 익숙하고 이번에도 특별할 것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란 게 너무도 뻔해, 나는 조금 무기력해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된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은 일상의 지루함을 단박에 날려버린다. 그리고 가끔은 심장이 철렁, 하고 내려앉아 아 내가 잘 살아 있구나 싶게 만든다.
그런 기분을 고속도로의 교통상황 속에서 조우하다니, 이렇게나 슬픈 일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