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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Dec 17. 2023

오전 반차는 처음이야

건강검진은 핑계일 뿐


 건강 검진을 위해 처음으로 오전 반차를 써 봤다. 아이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오전에 반차를 써 봤자 늦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별 의미 없다 싶어 오전에 반차를 써 본 적이 없다.

 역시나 아침에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평소와 똑같이 출근 준비를 하고 아들 학교 갈 채비를 해 집을 나섰다.





 건강 검진은 대기자도 몇 명 없었고 금방 끝났다. 생각 보다 일찍 끝나 점심이 아닌 브런치를 먹게 되었다. 아침부터 ‘검진 끝나면 바로 뛰어가서 먹어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던 버거킹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패스트푸드라 밥까지 금방 먹어 치운 나는, 원래 출근 전 가려던 회사 근처의 카페가 아직 문도 안 열었을 것 같아 버거킹 바로 위에 새로 생긴 코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혼코노’ 혼자 코인 노래방. 요즘 새로 생긴 취미다. 코인 노래방 시설이 요즘 너무 쾌적하게 잘 되어 있어 혼자서도, 아들과도 또 남편과도 자주 가고는 한다. 비가 오는 날이어서 10곡을 내리 비와 관련된 노래로 열창을 하고 더 불렀다간 목소리가 안 나오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회사 근처로 발길을 옮겼다.


 


 전 날 미리 서치 해 둔 회사 근처의 책 읽기 좋은 카페였다.



서울 커피 상회

 

 보신각이 내려다 보이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드립 커피 전문점이다.


 평일 점심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조용한 분위기인 듯하다. 평일 점심시간을 제외한 시간대에는 조용히 대화를 하고 셔터음 소리가 계속 울리는 것을 자제 부탁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또 전자기기 충전 불가라고 곳곳에 정중히 적혀 있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 방문했는데, 하필이면 평일 점심 시간대라 사람들이 붐볐고 카페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달리 시끌시끌했다. 내가 좋아하는 이문세의 노래가 흘러나왔지만 당최 들을 수가 없어 에어팟을 귀에 꽂아 노이즈 캔슬링 설정을 하고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영화 러브어페어의 앨범.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들이다. 서울 커피 상회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특히 엔니오 모리꼬네의 piano solo 곡은 꼭 들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커피는 드립 커피로 주문했는데, 뒤에 사람들이 줄 서 있어 고민을 많이 못 하고 주문했다. 그래서 내가 뭘 주문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내가 주문한 커피는 산미가 조금 있는 있었다. 나는 산미가 있는 커피도 좋아하는 편이라 향도 맛도 너무 좋았다. 다만 이 추운 겨울에 뜨거운 커피가 금방 식어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다음에는 퇴근하고 꼭 한 번 다시 들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반정도 읽은 책을 가져갔는데 집중이 너무도 잘 돼서 1시간 동안 끝까지 다 읽고 나올 수 있었다. 사장님도 친절하셨고, 다음엔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가서 내가 무슨 커피를 주문했는지 커피는 어떤 맛이었는지도 기억하고 와야겠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을 찾은 것 같다.







 처음 써 본 오전 반차가 이렇게도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여유로우면서도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소화했다. 뿌듯함. 오후 내내 오늘 보낸 하루에 뿌듯함을 느꼈다. 

 

 별 거 아닌 하루 일 수 도 있고, 그저 내 일기장에나 적을 법한 일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나름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고, 혼자 조용하게 책을 읽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공간과 급격히 추워진 요즘에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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