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매일 아들에게 한 두 권의 동화책을 읽어준다. 한 달에 열 권씩 연령대에 맞는 추천 도서를 보내 주는 윙크북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아이에게 창작 동화를 읽어 주다 보면 나도 배우는 점이 참 많다.
어린 아들보다 어른인 내가 더 감명받고 여운이 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읽었던 한 권의 동화책의 잔상이 은은하게 남아 추천도 하고 글로 남겨 보고 싶어 브런치에 적어 본다.
<버스가 왔어요>
: 유미무라 키키 글, 마쓰모토 하루노 그림, 황진희 옮김
일본의 와카야마시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동화책이다.
주인공 아저씨는 젊은 시절 눈에 병이 생겨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던 아저씨는 처음엔 가족들의 도움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해 보고 싶어 1년 동안 일을 쉬며 연습을 한 뒤, 다시 직장에 복직했다.
혼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초등학생 여자 아이 '사키'의 도움으로 무사히 버스에서 내려 출근을 하게 된다. 마침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 사키였다. 매일 아침 허리춤을 잡아당기며 '버스가 왔어요!'라고 말해주고 함께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에서 헤어진다. 몇 년동안이나 아침을 함께 했고, 4월의 어느 봄날 아침, 사키가 아닌 다른 아이의 목소리로 '버스가 왔어요!'가 들려왔다. "언니는 이제 중학생이 되어 이제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아이. 그 외에 다른 친구들도 아저저씨 출근길을 돕겠다고 나선다.
아저씨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카야마 초등학교 학생들의 따뜻한 손길 덕분에 무사히 정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 동화책을 읽다가 울컥 감정이 올라온 부분은 단연 "언니는 이제 중학생이 되어 이제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 부분이었다. 따뜻한 작은 손의 릴레이의 시작. 사키가 베푼 작은 친절이 어린 동생들에게도 전달되어 이 동화책의 주인공인 야마자키 아저씨와 와카야마 초등학교의 어린이들 모두에게 행복한 경험이 된 것 같다. 중학생 언니가 된 사키도 후배들 덕분에 아저씨의 출근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작가의 말 마지막 부분에 따뜻한 마음의 릴레이가 일본을 넘어서 바다 저편까지 건너가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바다 건너 가까운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이 따뜻한 릴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이 무서워져 누군가를 함부로 도와주기도 어려운 요즘이기는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우리 아이도 이런 순수하고 선한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동화책은 역시 그림도 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내용처럼, 그림 또한 힐링이 되었다. 평화롭고 몽글몽글한 그림이 글과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아들도 이 책을 읽고 여운이 남는 눈치였다. 앞서 말했듯 삭막해진 세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대가 없이 도울줄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