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탐방
이곳 치앙마이에 온 지도 벌써 열흘이 넘었다. 아니, 시간에 모터를 달았나 하루하루가 금방이다. 속절없는 시간이 아쉬워도 그만큼 나에게 남는 게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음식! 소화 돼 버리면 그뿐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이 나의 뇌세포를 자극해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또 오래도록 남게 해 준다. 태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하다. 나도 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국에서도 태국 요리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열흘이 지난 지금도 음식이 입에 안 맞아 한국 요리를 계속 찾는다거나 긴 여정이 괴롭지는 않다.
태국의 수많은 맛있는 요리 중에 국수를 빼놓을 수 없다. 열흘간 유튜브에 소개된 유명하기로 소문난 맛집을 돌아다녀 봤는데 국수 맛집이 정말 많았다. 팟타이, 소고기 국수, 어묵 국수, 카오소이 등, 많은 면 요리가 태국의 유명 음식이고 또 맛집이다.
1. 카오소이 님만
내 생각이지만, 최근 들어 팟타이를 제치고 태국의 유명 면 요리로 등극한 음식이다.
카오소이는 태국 북부 요리로 닭고기나 소고기 육수로 국수와 튀긴 국수를 곁들여 먹는 요리이다. 내가 한 달 살기를 떠나기 전부터 태국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카오소이를 꼭 먹어 보라며 많은 추천을 받은 음식이다. 나는 치앙마이에서도 미슐랭을 받아 가장 유명한 카오소이 남만에서 첫 카오소이를 맛보았다.
나의 음식평은, So delicious! 내 입맛에 아주 딱이었다. 살짝 느끼한 국물과 그 느끼함을 잡아주는 카레향과 향신료의 향도 좋았다. 가게에서 추천해 준 코코넛 워터도 함께 마셨는데 처음에만 맛있었지 갈수록 너무 느끼해서 코코넛 워터는 결국 남기고야 말았다. 하지만 카오소이는 국물 한 방울도 용납할 수 없다. 그릇까지 먹어 치울 태세로 싹싹 긁어먹고 가게를 떠났다. 가게도 깔끔했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왜 끊이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2. 블루 누들 (소고기 국수)
소고기 국수로 아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치앙마이의 맛집일 것으로 예상해 본다. 호불호가 없을만한 맛으로 향신료가 잔뜩 들어가 있어 자극적인 맛도 아니어서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소고기 국수이다. 나도 아주 맛있게 국물까지 원샷을 때린 맛집은 맞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만큼의 블루 누들만의 특별한 맛은 없었던 것 같아 조금은 아쉽지만 함께 마신 밀크티는 너무 달지도 않고 맛있었다.
무난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을만한 식당이었다. 나는 옆자리에 현지 태국 할머니께서 앉으셨는데, 처음 자리에 앉을 때부터 계속 나를 챙겨주셨다. 마지막엔 본인이 시킨 코코넛 아이스크림까지 나에게 먼저 맛 한 번 보라며 시식도 시켜 주셔서 덕분에 블루 누들에 대한 기억은 굉장히 좋게 남아있다. 코쿤카 :)
3. 림라오 (어묵 국수)
나는 치앙마이 올드타운의 미슐랭 어묵 국수, 림라오에서 처음 어묵 국수를 맛봤다. 역시나 외국인이 아주 많았다.
구글에서도 평점이 좋고 맛집으로 소문나 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국수는 그저 그랬다. 뭐랄까, 면도 국물도 그냥 평범했다. 그렇지만 어묵만큼은 정말 탱글탱글 살아 있었다. 씹히는 식감부터 고소한 피쉬볼의 맛까지 완벽했다. 직원의 추천으로 곁들여 주문한 피쉬볼 튀김이 또 아주 일품이었다. 이곳은 어묵 국수가 맛있는 것이 아니라, 어묵이 맛있는 집이었다. 정말 어.묵.맛.집. 치앙마이 여행을 하실 때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다.
4. 팟타이
20대 시절, 방콕 여행을 왔을 때만 해도 나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파인애플 볶음밥과 팟타이로 6박 7일을 연명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리지 않았던 팟타이다. 나에게 있어 팟타이는 소울 푸드와도 다름이 없다. 그만큼 팟타이를 사랑하는 나이다. 열흘간 몇 번의 팟타이를 먹어 봤지만 불패신화. 실패는 없었다. 어디고 맛없다고 말할 만한 팟타이 집은 없었다. 물론 식당 간의 차이는 조금 있을 수 있지만, 배달 음식까지도 조금 떡진 것만 빼고는 전부 다 맛있었다. 아직까지 엄청난 팟타이다! 싶은 곳은 또 없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먹어 본 팟타이 중에는 치앙마이 대학교 야시장 안에 있는 노점 팟타이가 가장 맛있었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했던 기억이다. 역시 태국인의 소울푸드 아니겠는가. 웬만하면 맛있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나라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니 내가 느껴본 바를 적어 보고 싶었다. 소식좌에다가 먹는 일에 커다란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면요리를 사랑한다. 밥 없이는 살아도 면 없이는 못 사는 면순이.
그래도 비 오는 날에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인의 사발면 육개장이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