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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Sep 08. 2023

연극 나들이


 나에게는 배우인 친구가 두 명 있다. 마침 두 배우님의 공연 일정이 겹쳐있어, 또 다른 친구와 함께 토요일 하루 날을 잡아 3시, 7시 공연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우리들은 고등학교 때 청소년 극단에서 만나 함께 공연도 올리고 연기를 배웠던 친구들이다. 이 네 명 중 내가 가장 먼저 연기를 그만두었다. 함께 공연을 보러 간 친구도 지금 토끼 같은 두 아이의 엄마로, 잠시 잠깐 이 쪽 일은 쉬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다른 두 명은 현재까지 연기 생활을 하고 있는 멋진 배우님들이다.





두 애엄마의 자유부인 DAY.


하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다. 각각 홍대와 성수에서 공연이 있었고, 우리는 둘 다 경기도에 거주 중이고 성수는 집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었다. 하루에 연극 두 개를 관람하는 일은 솔직히 조금 고단할 수 있는 일이지만, 우리 둘은 어릴 적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우리가 본 연극은 이렇게 두 편이다.  


두 편의 공연 모두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였다. 솔직히 친구가 출연하는 공연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재밌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두 편 모두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연에 집중해서 보았다. 첫 번째 공연은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두 번째 공연은 역시 대학 공연답게 실험적이고 신선한데 재미까지 더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공연은 모두 이미 종료되었다. 주변에 추천을 하거나 나라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공연인데 아쉽다.


두 배우님이 없었으면 연극을 볼 일이 아동극을 제외하고 근 몇 년 동안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문화생활도 즐기고 양질의 공연도 볼 수 있고 감사할 따름이다.






 무대에 많이 서 본 것은 아니지만, 공연을 보고 있다 보면 예전에 무대 위에 섰을 때의 그 희열과 그때의 감정이 불쑥 가슴속에서 튀어나올 때가 있다. 연기에 대한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은 다시 이 친구들과 함께 짧은 극이라도 올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을 올리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연습했던 그 시간을 떠올리면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모습이다. 다시 한번 이런 기분을 느껴 보고 싶기도 하고, 이루지 못한 꿈이기에 이렇게라도 만족감을 느껴보고 싶기도 한 것 같다.

 

이렇게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를 추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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