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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May 29. 2023

귀신 나오는 집, 마지막 이야기

 

 드디어 귀신 나오는 집의 마지막 이야기다. 최근에 회사 사람들과 귀신 이야기를 하다가 이 귀신 나오는 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너무나도 뜨거운 반응과 밤에 잠도 못 잤다는 이야기를 듣고 브런치에 한번 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 세 편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글의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또 더 사실감 있게, 내가 느낀 만큼의 공포가 독자들에게도 느껴지게끔 글로 옮기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아직 글솜씨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꿈 시리즈를 브런치북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옆집이 이사 간 뒤, 나는 다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꿈에서 나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배경은 뜬금없이 한국의 본가 근처였다. 나는 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쉴 틈 없이 달렸다. 전형적인 악몽의 클리셰처럼 나는 미친 듯이 뛰고 있지만 내 달리기 속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느렸다. 몸이 너무 무거웠다. 모래주머니라도 차고 뛰는 것처럼 그렇게 느릴 수가 없었고, 내 속은 무서움과 답답함에 타들어 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야, 집에 가서 엄마를 불러야지. 조금만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며 뛰고 있는데,


확!


 뒤에서 누군가 나를 덮쳤고, 살짝 뒤를 돌아봤을 때 그 형태는 마치 저승사자 같았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소름 돋게 하얀 얼굴에 눈코입은 희미했고,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대로 잠에서 깨버렸다. 평소에 땀이 없기로 유명한 나인데, 식은땀을 흥건히 흘리며 일어났다. 이 꿈을 꾸고 나서는 이 집에서 내가 계속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를 못하니 하루하루가 고됐고, 그러다 보니 학교를 빠지거나 지각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혼자 고민을 하던 중에 학교에서 친해진 동생이 집에 놀러 왔고,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자서 그런지 정말 오랜만에 평온한 밤을 보냈고, 악몽에 시달리지도 않아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우리는 느지막이 일어나 근처 라멘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제 막 친해진 터라 동생이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내가 푹 잘 수 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언니, 언니 집에 혹시 귀신 있어?"

"어! 왜? 너도 느꼈어? 그렇지? 귀신 있는 거 맞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아니 어제, 꿈을 꿨는데... 귀신이 칼을 들고 언니를 죽이려고 하는 거야. 언니한테 칼을 내리꽂으려는 순간에 놀라서 확 깼어."


 참고로 이 동생은 평소에 가위도 잘 눌리고 기가 허할 때 귀신도 몇 번 봤다고 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동생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들었고, 여기에 내가 직접 겪은 일이 더해져 깊은 신뢰감이 들었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나를 해치려고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저 귀신이 집에 있구나, 자꾸만 악몽을 꿔서 힘들어서 못 살겠다. 기분이 조금 찝찝하네 싶었는데, 동생이 여기에 쐐기를 박는 한 마디를 건넸다.


"언니 진짜 무섭고 기분 나쁘겠다. 남자 귀신이랑 같이 살고 있는 거잖아."

"..."


 할 말을 잃었다. 남자 귀신? 왜 나는 당연히 여자 귀신일 거라고 생각했는가. 아니 성별 따윈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귀신이 그냥 귀신이지. 무슨 성별까지... 너무 소름이 끼쳤다. 이제 단 하루도 그곳에서 더 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장 그 집에서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개월이었다.


 끔찍했다. 나는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나를 죽이려는 남자 귀신과 동거했다.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고 3개월을 살아낸 내가 어떤 면에서는 대단하게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멍청하게도 느껴졌다. 드디어 이 질긴 악연을 끊어냈다! 실제로 이사를 가고 나서부터는 그 어떤 악몽에도 시달리지 않았고 다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부동산에 알아보니 1년을 계약한 집이었지만, 6개월만 채우면 위약금 없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운 좋게도 귀신의 정체를 알려준 동생이 학교 2인 기숙사를 혼자서 쓰고 있었기에 그 방에 입주하게 되었다. 남은 3개월은 월세가 조금 아까워도 빈집으로 두었고, 6개월을 채운 후에야 드디어 그 집에서 완벽한 해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집에서도 얻은 것은 있었다. 그 귀신 덕분에 좋은 룸메이트를 만날 수 있었고, 그 뒤로도 우린 몇 년이나 자매 캐미 뿜뿜 하며 함께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며 살았다.


고맙다! 내 구세주 동생아!




 우리는 진학을 하게 되면서 이제 어학교의 기숙사를 떠나 이케부쿠로라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도 역시 가위를 눌리거나 귀신을 보는 일은 없었다.

한참을 무탈히 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우리가 살던 맨션 1층에 너무나도 멀쩡한 1인용 가죽 소파가 버려져 있었다. 마침 한 집에서 이사를 갔기에 이사 가면서 버리고 갔나 보다 하며 소파를 집으로 가져와 깨끗이 닦고 또 닦아서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친구들과 술약속으로 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이었다. 동생에게 먼저 자라고 연락하고 아침 첫 차를 타고 집에 들어갔는데, 동생이 그 새벽에 안 자고 깨어있었다.


이유인즉슨, 그 날밤 가위를 눌렸다는 것이다.


 동생이 한참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영희야~ 영희야~" 하고 계속 자기 이름을 불렀다고 했다. 그 소리에 잠에서 살짝 깨서 "언니 왔어?"하고 비몽사몽 한 상태로 대답을 했는데, 대답이 조금 이상했다고 한다.

"응, 긍정 네-상(언니) 다요~"라는 한본어에 잠시 정적이 있은 후 동생이 "근데 언니 왜 일본어로 말해?" 하니까


그 귀신이 숨이 넘어갈 듯, 미친 듯이 웃어 젖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카이코이네(똑똑하네)"라는 말을 남기고 그 뒤로도 한참을 가위에 눌리고는 겨우 깨어났다고 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소파를 버리지는 않았지만 웬만해서 외박을 하는 일은 없었다. (소파가 편해도 너무 편했다)





역시 함부로 남이 쓰던 가구를 집에 들이면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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