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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May 03. 2023

귀신 나오는 집, 두 번째 이야기


  얼마 전, 다음 메인에 글이 걸려 치솟는 조회수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경험을 했다. 무려 이틀 만에 10,000 뷰라니, 아직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나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나는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힐링도 된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내 글을 재밌게 읽어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힘도 나고 자존감도 저 치솟는 조회수만큼이나 수직상승하게 되었다. 조회수를 떠나서 포털사이트 메인에 글이 걸린 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감사하고 재밌는 경험이었고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었다.





 전 편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처음 하는 자취 생활인 데다

가족들도 멀리 떨어져 있는 타국이다 보니, 내가 더욱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집에서 휴대폰을 보거나 노트북을 하고 있으면 자꾸만 휙 하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누가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다. 재채기를 참지 못하는 것처럼 돌아보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어도 돌아보지 않고서는 못 배겼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이것 또한 나를 괴롭히려는 못된 귀신의 농간이었구나 싶다.

 비슷한 맥락으로 머리를 감을 때마다 누가 쳐다보는 기분이 강력하게 들어 물을 끄고 비눗물 묻은 손으로 눈을 비벼가며 누가 있는지 없는지를 꼭 확인했다. 매번 그러기도 정말 귀찮은데 확인을 하지 않으면 자꾸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확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때 이미 머리는 알고 있었다. 이 집에 귀신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 사실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내가 더 이상 이 집에서 살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친구들에게도 절대 말하지 않고 혼잣말로 조차 꺼내지 않았다.


그저, 내가 혼자 사니까 불안해서 그런 거야...라고 나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이상한 집에 차츰차츰 스스로를 적응시켜 나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나는 서서히 이 집 귀신에게 기를 빼앗기고 피폐해져 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기척을 느끼는 것 외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현관문 중간에 뚫려 있는 우편 구멍


 꿈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모든 생각과 감정은 느끼고 있었다.

 나는 이 집 방에서 침대가 아닌 이불을 깔고 잠을 자고 있었다. 일본 특유의 무늬와 두툼한 이불을 덮고 말이다. 내가 본 나는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자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 잠에서 깼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정자세로 천장을 향한 채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이 기분은 마치 발가벗겨진 채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너무 무섭고 수치스럽기도 하고 화까지 났다. 하지만 몸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고 이 꿈에서 깨기 위해 계속해서 몸부림을 치던 그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이 확 떠졌고 저 우편 구멍 사이로 시꺼멓고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하게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하, 꿈이구나.' 했지만 시간은 이미 새벽 3시.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 지쳐가고 있을 때쯤, 바로 옆집이 계속 공실이었다가 새로 이사를 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었지만 가까이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 안도감 덕분일까,  며칠새 악몽도 꾸지 않고 이상한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그제야 친구들에게 내가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다! 하며 떠들고 다녔는데,


 옆집은 단 열흘 만에 다시 이사를 가버렸다.



나는 망연자실했고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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