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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May 01. 2023

가위. 손. 오빠


 나에게는 젊은 나이에 벌써 하늘에 별이 되어 버린 착한 오빠가 있다. 친오빠는 아니지만 어떤 시기엔 정말 친오빠만큼이나 친하고 가깝게 지냈던 오빠다.



 

 내가 일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휴가로 한국을 들어오려고 하는데, 오빠가 차를 끌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주겠다고 했다. 콜! 을 외치고 휴가 하루 전날에 카톡을 보냈더니 답이 없었다. 보이스톡도 몇 차례 안 받더니 나중에 친구라는 사람이 대신 톡을 보냈다.

“친구인데 얘가 지금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 알아서 잘 온 나는, 알아서 친구들 잘 만나고, 잘 놀다가, 비는 시간에 오빠의 병문안을 가게 됐다.


 병원 이름부터 심상치 않아서 조금 떨렸다.

화상전문병원. 심지어 중환자실.

소독을 하고 위생 가운을 입고 상당히 불안한 마음을 부여잡고 시간 맞춰 짧은 면회를 하러 들어갔다.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마주하고 있었다. 온몸을 붕대로 휘감고 있던 오빠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놀라서 말도 못 꺼내고 항상 바락바락 대들기만 하던 여동생이 울먹거리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니, 자기가 먼저 괜찮다고 말하던 그 모습. 나는 이런 줄도 모르고,

“자기가 먼저 데리러 온다고 해 놓고서는 입원하면 했다고 톡이나 해주지 얼마나 아프다고!! “ 이렇게 볼멘소리를 했었다.


 이렇게 자기보다 본인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살뜰히 챙기고 마음씨가 참 고왔던 이 오빠는, 온몸에 화상을 이겨내고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본인이 정말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오빠는 그렇게 몇 년간 본인만의 업적을 만들었고, 또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도,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통의 연락을 받았다.



검은색 옷을 찾아 꺼내 입고 오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다. 이 날은 전과 달리, 참으로 갑작스러워 눈물도 나지 않았다. 아마도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딱 세 번 나를 찾아와 주었고, 그 중마지막인 세 번째 방문 때의 일이다.


어린 아들과 함께 여느 날과 같이 안방 침대에서 둘이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일본에서 귀신 나오는 집에서 살 때 말고는 가위에 눌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집을 탈출한 이후에 처음으로 가위에 눌렸다.


아들 머리 위쪽으로 내 오른쪽 팔을 쭉 뻗고 자고 있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누가 내 가운데 손가락을 콱 깨무는 것이 아닌가. 자다가 깜짝 놀라 깨버렸다. 그러다 꿈이었나 싶어 다시 잠을 청했고, 잠이 들려는 그 찰나에 다시 한번 콱하고 누군가 내 손을 깨물었다. 이번엔 일어나려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순간 깨달았다.

‘가위다.’

가위에 걸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자 귀신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큭, 크크크크크킄”

나는 무섭다기보단 일단 화가 치밀었다.(꽤 욱하는 성격)

혼자서 몸에 되지도 않는 힘만 연신 주면서 속으로 욕만 내뱉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 미친년이 여기서 뭐 하냐 따라와”


어? 이건 분명 오빠의 목소리다. 저 차진 욕하며 확실했다.그리고 저 말이 들린 후, 귀신같이 내 가위도 풀렸다.

기분이 참 묘했다. 오히려 이 상황이 더 무섭달까? 정말 오빠가 나를 도와준 게 맞을까? 이 모든 게 내 꿈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뒤척이다 왠지 모를 감정에 휩싸여 눈물이 났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가위 그거 뭐 별거라고 또 나를 도와주겠다고 여기까지 찾아와 주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전에도 받기만 했었는데 계속 나는 받기만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는 가위에 눌린 적이 없다.





내 침대 머리맡 사랑스런 곰돌이들



 나뿐만이 아니고 함께 친하게 지냈던 다른 친구의 꿈에도 나타났었다. 또 절묘한 타이밍에. 그 친구는 배우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바로 전날 꿈에 나타났다고 한다. 객석 맨 뒷좌석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고 있었다고. 틀림없이 친구의 영화를 보러 왔을 것이고 묵묵히 응원해 주고 있을 것이다.


 오빠가 늘 동생들에게 해주던 말이 지금,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기죽지 마.”


오늘로 3일 연휴가 끝이다. (곧 다시 연휴지만)

내일은 출근이다. 오빠의 저 말을 가슴에 새기고 기죽지 말고 당당히 또 일터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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