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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귀신 나오는 집

by 유긍정


내가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 혼자만의 살림을 꾸린 내 첫 집, 내 첫 보금자리는 한국이 아닌 일본의 도쿄였다.


집은 그 당시 유학원을 통해 구한 복층 구조의 레오팔레스였다. 눈으로 직접 보고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몇 달 동안 인터넷으로 매물을 보고 또 보고, 최종 순위 몇 집 중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결정한 소중한 집이었다.


일본에 도착하여 처음 3일은 이미 일본 유학 중인 친구집에서 머물렀다. 그 사이 유학원에서 이런저런 수속들을 도와주고 3일 뒤, 나는 처음으로 그 집에 입주를 하게 되었다.






유학원 차를 타고 도착한 집은 하늘색의 2층짜리 집이었다. 큰 마트와 병원을 얼마 지나지 않아 있는 집이었고,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었다. 외관도 예쁜 하늘색 페인트로 깔끔하게 칠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 집의 첫인상은 "나 집 잘 구했군." 딱 이거였다.

섬나라인 일본의 날씨가 자주 그렇듯 내가 처음 집에 들어가던 이날도 비가 올 듯 말듯한 어둡고 습한 날이었다.

대략적 구조


집의 구조는 이러했다.


일단 현관문에 작게 우편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 안으로 우편물을 넣으면 신발장으로 우편물이 떨어지는 구조였다. 이 점이 나는 사실 조금 무서웠다. 밤에 누가 작정하고 그 구멍을 통해서 문을 열려고 시도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 일본은 아직까지도 도어록이 아닌 열쇠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강도가 계획적으로 저 문을 열려고 맘만 먹으면 충분히 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래도 보조 잠금장치가 있었고 뭐 별일 있겠어하는 생각으로 집안을 둘러보았다. 문을 열면 바로 정면에 조그만 싱크대와 인덕션이 있었고 그 오른쪽에 욕실이 있었다. 왼쪽으로는 세탁기가 있었고 짧은 복도를 지나 큰 방이 나왔다. 방은 깨끗했지만 큰 창 앞에 다른 집이 막고 있어서 채광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베란다가 꽤 크고 해가 잘 들어 여기서 빨래를 말리면 잘 마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방 한쪽 구석에 사다리가 있었고 그걸 올라가면 복층이 나오는 그런 구조였다.

유학원 선생님들도 집이 전철 급행이 서는 곳이기도 하고 위치도 으슥하지 않은 곳에 있고 구조도 너무 잘빠졌다면서 집 잘 구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선생님들이 돌아가시고, 나는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 돌아와 나름대로 예쁘게 집을 꾸며보았다. 얼추 중요한 살림은 다 샀는데 마트에 맘에 드는 이불이 없어 다음날 돈키호테나 무인양품에 가서 사 와야겠다고 생각했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나는 집에 있는 가장 큰 타월을 찾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불을 끄고 바닥에 누워 반밖에 못 알아듣겠는 아무 예능 방송을 하나 틀어놓고 보고 있었다. 몸이 노곤노곤 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져 스르륵 감기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내 머리를 툭하고 치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너무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TV를 보는 둥 마는 둥 보다가 잠이 드려는 그 순간, 또 한 번


툭.


내 머리를 건드렸다. 이때부터 나는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괜스레 심장이 빠르게 뛰고,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을 한잔 마시고 돌아와 다행히 아직 안 자고 있던 한국 친구에게 보이스톡을 걸어 통화를 했다. 그 친구와 몇 시간을 통화를 하다가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그 집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실제 살던 집


평소 겁이 별로 없던 나는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한잔 마시며 '역시 타지에서 혼자 살려니 겁도 나고 어쩐지 나도 모르게 부담을 느끼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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