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016년생, 올해로 8살. 작고 소중한 나의 아들이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가뜩이나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손, 발 뭐 하나 작은 게 없는 아이인데, 이제 몸만 큰 아기가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어엿한 잼민이 아니, 학생이 된다.
장장 12년이란 10대의 학교 생활. 꼭 지루하고 길기만 한 학창 시절은 아니길 바란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응원하고 지지하고 지켜봐 줄게 아들
"아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게임 유튜버"
"..."
"프로 게이머?"
"..."
절대 특정 직업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뭔 직업이 왜 죄다 게임 관련이냐고요. 아들을 가진 많은 엄마들의 고민일 것이다. 이 놈에 게임. 지겹다 정말.
그래. 더 커서 정말 찐 재능이 보인다면 그땐 진짜로 지지해 줄게 ㅎㅎ
사실 어떻게 보면 뭐가 됐든, 저렇게 꿈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일이다. 조금 더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에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아이들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꿈은 커 가면서 계속 바뀔 수도 있고 원대한 꿈일 수도, 또 평범할 수도 있다. 나에 대해, 나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 자체가 공부이고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뭐가 하고 싶은지 내 꿈은 무엇인지 아직 모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눅이 든다거나고민에 빠질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천천히 찾아보면 된다. 실제로 내 사촌동생이 꿈이 있는 누나들을 보면 신기하고 부럽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서 적어본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말이다.
요즘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수업들이 참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린아이들이 직업 체험을 해볼 수 있는 '키자니아'가 있다. 하나의 직업 체험당 인원수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한 개라도 더 체험을 시켜보기 위한 엄마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엄마가 대신 줄을 서 줄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체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타깃인 체험장까지 아이 손을 꼭 붙잡고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야 한다. 키자니아에 갔다 와서 정말 몸살이 날 뻔했지만, 다행히도 아들은 재밌었다고 다음에 또 가자고 했다. 그래. 네가 재밌었다면 엄마는 그걸로 됐다...
그리고 또 우리가 매달 예약해서 다니던 파주의 '스칸디아트랩'은 처음 갔던 해에는 각 나라를 테마로 체험을 해보는 것이었고, 그다음 해인 22년은 직업 체험이 테마였다.
그렇게 꿈이라던 프로게이머 체험도 해보고 다른 여러 직업군 체험을 해보았다. 그리고 8살 형아가 된 후 이 체험은 티켓은 귀여운 동생들에게 넘겨주었다.
이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박물관 도서관 전시회 각종체험, 여행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시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워킹맘이 되면서 이제는 함께해 줄 수 있는 시간도 줄었고 주말에도 전처럼 많이 놀러 가 주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나는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의 광팬이다. 그중,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신애가 자신의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해 보는 에피소드가 있다.
신애가 외과의사인 지훈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저씨처럼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하자 지훈은 “넌 뭐든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어. 앞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천천히 너의 꿈을 결정해 봐. 그래도 늦지 않으니까.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아이를 낳고 오랜만에 다시 보는 시트콤에서 굉장한 공감대를 느끼며 역시 내 인생시트콤! 을 외치며 다시 한번 저 대사를 내 마음속에 새겨 넣고 내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의 뜻을 존중해 주는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