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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Jan 07. 2023

메뚜기, 태몽



 나의 태몽은 '연꽃'이다. 

 엄마가 숲길을 걷다가 큰 연못이 나왔는데 연못 위에 엄청나게 많은 연꽃이 떠 있었고, 엄마가 걸음을 멈추자 그 앞으로 가장 쨍한 색을 띤 연꽃하나가떠 내려왔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태몽이었다. 상상만 해도 너무 아름답고 평온한 기분이 드는 전래동화의 한 장면 같은 꿈이지 않은가. 어렸을 때 이 꿈 이야기를 듣고는 마치 내가 공주님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런저런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그래서 '똥 꿈'이나'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꿈' 이런 유의 대박 꿈을 꾸었을 때 로또를 사고는 했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김칫국 마시지 말자... 나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로또에 당첨 돼 본 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단돈 5천 원 조차도 말이다. 게다가 고3 때도 기억은 안 나지만 뭔가 대단한 꿈을 꿨다며 원하는 대학에 붙을 것 같다고 혼자 김칫국 한 사발 드링킹 하며 큰 기대를 했던 적도 있다. 결과는 무참히도 모든 대학에 똑떨어져 재수를 해야만 했지만 하하. 그래서인지 나는 꿈을 잘 믿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꾸는 꿈은!

하지만 그날의 꿈만큼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무나도선명하고 사진 같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다들 본인의 태몽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태몽이라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또, 태몽을 통해서 아기의 성별을 예상하는 것 또한 신기할 따름이다.

 적중율이 현저히 낮은 내 꿈 중에서 딱 하나 나의 예상을 뒤엎고 정확히 맞아떨어진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지금 내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아들이 나에게로 와 주었다는 것을 알려준 꿈. 태몽이다.

 

그때 살던 집이 대략 이런 구조였다.



 몽환적인 느낌의 꿈이었는데, 배경은 우리 집이었고 저렇게 큰 창에 햇살이 너무나도 예쁘게 들고 있었고, 오른쪽 위에 뭐가 있길래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커다란 메뚜기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사실 나는 메뚜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저것이 메뚜기인지 여치인지 방아깨비인지 아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내 머릿속에서 메뚜기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꿈속에서 나는 한참을 그 메뚜기를 바라보았고 그러다 잠에서 깼다.

 

 일어났는데 그냥 기분이 너무너무 이상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거 분명 태몽이다'였고, 바로 인터넷에 메뚜기 꿈을 검색해 보았다. 메뚜기 꿈은 성공을 거두거나 재물을 얻는 꿈인 길몽이었고, 기혼 여성의 경우 태몽일 수 있다는 꿈해몽과 맘카페에서 메뚜기 태몽을 꾸었다는 몇몇 글들이 보였다. 태몽이라는 내 생각에 더욱 힘이 실렸고 메뚜기 태몽은 주로 아들이라고들 했다. 남편과 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역시 꿈보다 해몽이라고, 메뚜기 하면 유재석 아닌가. 유재석 같은 멋진 아들이 태어날 거야! 하며 아직 아무런 확인도 해보지 않고는 그저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나에게 정말로 작은 천사가 찾아와 주었고, 또 그로부터 열 달 뒤, 그 천사는 건강한 사내아이로 내 품에 안겨 응애응애 울고 있었다. 그로부터 8년 뒤, 올해 8살이 된 아들은 메뚜기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며노는 것을 좋아하고, 고맙게도 밝고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다.

 우리 메뚜기가 벌써 이렇게 커서 초등학생이 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메뚜기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나 유긍정 엄마의 새로운 시작도 응원한다.


잘해보자 우리!







 작년 봄에, 또 몽환적인 느낌의 잊혀지지 않는 꿈을 하나 꾸었다. 우리 집 베란다에 작은 화분이 놓여 있었는데, 그날 따라 또 햇살이 아주 예쁘게 들어오고 있었고, 그 작은 화분을 들여다보니 빨간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 열매들이 너무 탐스러워 한참을 보고 있는데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또 이것은 태몽이다!라고 직감했고, 우리 부부는 절대 절대 아니었기에, 결혼한 친구들에게 이거 태몽 같은데 혹시 별일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아니라고 했고, 그래서 그냥 나에게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보다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또 그로부터 한 달 뒤! 친구 한 명의 임신 소식이 들려왔다! 이 친구는 딱히 태몽을 꾸지 않았고, 딸을 무척이나 바라던 친구는 빨간 열매는 주로 딸 태몽이라는 이야기에 굉장히 기뻐했다. 그리고 꿈에서 영감을 받아 태명도 '열매'라고 지었다. 너무 예쁜 태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또 그로부터 지금 딱 열 달이 지났고, 며칠 전, 공주님은 아니지만 건강한 열매 왕자가 태어났다.


안녕 열매! 너의 인생에 지분 한 스푼 얹은 이모란다 훗. 반가워 곧 만나러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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