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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사유 Jul 04. 2022

마르디 메크르디와 행성 정렬의 상관관계

일주일이 7일인 이유


출처 : 29cm

길을 걷다 보면 커다란 꽃무늬가 그려진 이 브랜드 티셔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Merdi Mercredi)는 2018년 런칭한 여성복 브랜드로, 4년 만에 연 매출 500 억원을 바라보며 폭풍 성장했다. 최근 절찬리에 상영한 웹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배우 김고은을 전속 모델로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 29cm에서는 여성 상의 베스트 1위에 MARDI T SHIRT FLOWER/DDANJI가 올랐고, 20위 안에 8개의 상품이 랭크되었다(2022.07.04 오전 2:00 기준). 6,000여 개의 리뷰에는 그야말로 국민 티셔츠라는 평이 자자하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으면 구매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글이 있을 정도이다. 


나 또한 지하철 옆자리 사람과 강제 커플티를 입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마르디 메크르디의 옷을 사지 않았다. 그럼에도 브랜드 파워에 흥미가 생겨 알아보던 중 Mardi가 프랑스어로 화요일, Mercredi는 수요일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행성 정렬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6월 26일 전후로 관측되었던 행성 정렬 이미지이다. 천왕성을 제외하면 우리가 어릴 적부터 노랫말을 붙여 외우고 있는 그 순서,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행성들의 이름이 요일을 부르는 한자와도 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생에 치여 바쁘게 살다 보면 잠시 잊고 있었을 수도 있지만, 다시 말해 보자면 월화수목금토일은 천체의 이름이다.


우리가 주말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도록 '일주일'이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들은 무려 고대 바빌로니아인과 아시리아인이다. 당시만 해도 평평한 원반 모양이라 생각되었던 지구에서, 하늘을 움직이는 별을 바라보는 일은 신성시되었다. 그들은 태양과 달을 포함해 몇 개의 행성을 그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에 하루씩을 헌정했다. 그런데 요일의 순서를 생각해보면, 달-화성-수성... 순서인데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는지가 궁금하다. 아래 표를 통해 함께 알아보려 한다.


출처 : https://blog.naver.com/ddaa91/222174663943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간단하다. 오늘날 24시간이 있는 것처럼 그들은 하루를 24등분한 뒤 시간마다 천체를 하나씩 대입시켰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천체부터, 토성-목성-화성-태양-금성-수성-달 순이다. 예를 들자면 1일의 1시는 토성, 2시는 목성, 3시는 화성 순이다. 이렇게 쭉 사이클을 돌다 보면 23시는 목성, 24시는 화성이 되고, 2일의 1시는 화성 다음인 태양이 된다. 이때 그날의 '1시'에 해당하는 천체를 그날의 요일로 정한 것이 오늘날 요일의 유래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화요일 / 수요일이라는 뜻을 가진 마르디 메크르디는 '화성의 날'과 '수성의 날'의 연속이다. 전쟁을 뜻하는 화성과 소통을 뜻하는 수성의 결합은 흥미롭다. 마르디 메크르디를 만든 박화목 디자이너가 브랜드 네이밍을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프랑스어를 좋아하고 화요일과 수요일을 좋아해서 만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스튜디오인 '피스피스'는 평화를 의미한다. 전쟁과 평화, 소통. 무언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다. 


출처 : 마르디메크르디 공식 홈페이지


마르디 메크르디와 연관이 없는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에른스트 H. 곰브리치가 쓴 <곰브리치 세계사> 제4장을 읽던 중 궁금한 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요일의 기원과 세계사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앞으로 일주일이 7일인 이유가 고대에 천왕성과 해왕성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농담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일주일의 시작이 언제인가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가 생겼다. 고대인의 방식처럼 지구에서 멀리 있는 행성 순으로 본다면 토요일부터이고, 태양과 달 중 고대부터 신격화 되었던 천체를 고려한다면 일요일이 먼저이며,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서는 월요일을 한 주의 시작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달력의 가장 왼쪽에는 일요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이쯤 되면 마르디 메크르디의 옷을 하나쯤 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의 점성술에서 출발해 프랑스어의 화요일, 수요일을 거쳐, 오늘날 규정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문성이 부족한 글이지만 흥미롭게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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