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Oct 22. 2016

사랑해, 배낭

그녀의 80리터 방랑벽

 

여자의 이름은 Infiniti.

무한이다.

우리는 10년 전 네팔에서 만났다.

카드만두의 어느 골목길에서였다.

내 눈이 그녀의  뒷모습에 닿았다.

여자의 피부는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목에는  universe라는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갑자기 뒤돌아 선 여자가 내 눈빛을 알아챘다.


여자가 물었다.

-넌 어디에서 왔니?

그건 나도 찾아 헤매는 물음이야.

-답은 찾았어?

아니, 난 그저 흘러가고 있어.

-오, 그럴듯한대. 우리 오늘 같이 산책할래?

좋아.

나는 지구별처럼 푸른 여자의 두 눈이 좋았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친해졌다.

그리고


그 후, 여자와 나는 30여 나라를 함께 여행했다.

여자는 앞으로도 은하수 끝까지 함께 여행하자고 했다.  

여자는 마치 여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 전라는 듯이, 시시때때로 떠나자고 했다.  

나는 가끔 여자가 왜 그토록 떠나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실, 부질없는 물음이었다.

그건 비행기에게 '왜 날지 않니?'하고 묻는 것과 같으니까.

여자는 그저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여자는 여행한 나라마다 여행의 기억을 몸에 새겼다.  그것이 삶의 전부라는 듯이.


여자는 웃으며 말했.

언제나, Bon voyage!

가까이 붙어 함께 걷고,

내 어깨에 고이 안기는 여자는 편안한 친구 같다.

텐트 안에 고이  잠자던 여자는 내일 또 떠나자고 할 것이다.

 아마도 평생.


   

작가의 이전글 무작정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