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80리터 방랑벽
여자의 이름은 Infiniti.
무한이다.
우리는 10년 전 네팔에서 만났다.
카드만두의 어느 골목길에서였다.
내 눈이 그녀의 뒷모습에 닿았다.
여자의 피부는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목에는 universe라는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갑자기 뒤돌아 선 여자가 내 눈빛을 알아챘다.
여자가 물었다.
-넌 어디에서 왔니?
그건 나도 찾아 헤매는 물음이야.
-답은 찾았어?
아니, 난 그저 흘러가고 있어.
-오, 그럴듯한대. 우리 오늘 같이 산책할래?
좋아.
나는 지구별처럼 푸른 여자의 두 눈이 좋았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친해졌다.
그리고
그 후, 여자와 나는 30여 나라를 함께 여행했다.
여자는 앞으로도 은하수 끝까지 함께 여행하자고 했다.
여자는 마치 여행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 전부라는 듯이, 시시때때로 떠나자고 했다.
나는 가끔 여자가 왜 그토록 떠나고 싶어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실, 부질없는 물음이었다.
그건 비행기에게 '왜 날지 않니?'하고 묻는 것과 같으니까.
여자는 그저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여자는 여행한 나라마다 여행의 기억을 몸에 새겼다. 또 그것이 삶의 전부라는 듯이.
여자는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 Bon voyage!
내 가까이 붙어 함께 걷고,
내 어깨에 고이 안기는 여자는 편안한 친구 같다.
텐트 안에 고이 잠자던 여자는 내일 또 떠나자고 할 것이다.
아마도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