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와 매체에서 거리를 두는 역사공부가 필요한 이유

샘 와인버그, "내 손안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by yoonshun

"선다형 시험은 역사적으로 올바르거나 역사 연구에 더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기계가 채점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된다. 선다형 시험의 원형인 마코그래프Markograph는 학생들의 시험지를 손으로 채점하는 데 진저리가 난 미시건의 한 과학 교사가 1933년에 발명했다 (훗날 그는 IBM에 이 권리를 1만 5천 달러에 팔았다). 대공황 시기의 시험 방식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이다.

... 기계적인 시험은 효율성이라는 잘못된 신념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더 쉽고, 더 싸고, 과학적인 방법이 있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진실은 앞으로도 학생들이 더 많은 동그라미에 검은 칠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우리는 역사에 대한 집착에서 더 빨리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p.45-47)


"역사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은 위험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상에서 진실은 손을 쓸 수가 없다. ...가장 심각한 점은 새로운 증거 앞에서 우리가 신념을 수정하는 데 필요한 도덕적 용기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어제나 그제 한 생각을 내일도 똑같이 하게 한다." (p.104)


"사실 능숙함은 이해가 아닌 안주安住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도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언어의 문법을 완벽히 익히려 할 때에서야 모국어의 문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177)


"인터넷으로 인해 출판 저널리즘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기존 매체들은 새로운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로 가장한 광고를 완곡하게 표현한 "네이티브 광고"는 저널리즘 자체의 수입 창출 수단이 되었다..... 학생들의 인터넷 실력에 대한 국가적 설문조사...에서 중학생 대부분이 기사와 광고를 구별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도한 수십 개 언론사 중에서 성인들도 59퍼센트나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알려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p.198)


“아주 기본적인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회는 사람을 통제하는 사법제도를 유지할 도덕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에 대한 논리적 확장은 감옥 문을 열고 모든 범죄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p.200)


샘 와인버그, "내 손안에 스마트폰이 있는데 왜 역사를 배워야 할까?", 정종복 박선경 옮김, 휴머니스트, 2019.

Sam Wineburg, "Why Learn History (When It's Already on your phone)",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8.

매거진의 이전글판단력을 키우기 위한 학문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