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클래식 2017.2.14.

<Ravel,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by yoonshun

라벨 (Maurice Ravel, 1875-1937, 프랑스)

지난 시대의 공주를 위한 파반느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1899년 작곡) ♬♪


오늘 들어볼 음악은, 라벨의 피아노 독주곡 “지난 시대의 공주를 위한 파반느”입니다. 우리에게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로 익숙한 이 작품의 프랑스어 원 제목은, “오래 전에 공주가 춤추던 파반느”라는 의미로, 특정한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기보다는 사라진 옛 시대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는 표현입니다. 서구화 단계의 근대 일본에서 직역한 제목(亡き王女のためのパヴァーヌ)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 곡은 한동안 “일찍 세상을 떠난 공주를 추모하는 곡”으로 오해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일본에서도 제목 해석 과정의 착오가 없도록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한자 표기(亡き) 대신, “사라진, 과거의”를 뜻하는 카타카나 표기(なき)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울러 일본어에서는 왕의 아들을 왕자(王子, おうじ)로, 왕의 딸을 왕녀(王女, おうじょ)로 칭하지만, 우리말로는 ‘공주’라고 하는 편이 적절할 듯 합니다.)

라벨은 이 곡을 “오래 전 스페인 궁정의 공주가 춤추던 파반느를 상상하며” 작곡했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라벨이 루브르 미술관에서 17세기 스페인의 궁정화가 벨라스케스(Diego Velázquez, 1599-1660)의 그림(Las Meninas)을 감상한 후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도 전해집니다. 일찍이 스페인계 어머니로부터 스페인 전통의 노래와 문화를 전해 들었던 라벨은, 이 곡 이외에도 “스페인 랩소디(Rapsodie espagnole, 1907-1908)”, “볼레로(Bolero, 1928)”를 비롯해 스페인의 정서를 반영한 작품을 다수 남겼습니다.

‘파반느’는 16~17세기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궁정을 중심으로 보급된 느린 2박자의 우아한 춤으로, 정확한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궁정 춤으로서의 파반느는 일찌감치 사라졌지만, 음악 장르로 남아 오랫동안 전해지며 라벨을 비롯해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 등 많은 20세기 작곡가들이 각각의 해석을 담은 파반느를 작곡했습니다. 한편 이 곡은 발표된 지 10여년 후인 1911년에, 라벨이 직접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친절한 클래식>은

2016년 5월 9일부터 2017년 9월 1일까지

매주 월~금 12:20~13:57

KBS 1라디오(수도권 97.3Mhz)

"생생 라디오 매거진"에서 방송된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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