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용어 바로잡기

음정 표기에 관한 오류 (1)

by yoonshun

학교든 학원에서든 잠깐이라도 음악 이론을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면, 도돌이표, 셋잇단음표, 이음줄, 으뜸음 등등의 친숙한 우리말 용어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말들이 '원산지'인 서양에서 어떻게 표기되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생각해 본 적 없거나, 접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서구 음악을 이루어 온 방대한 개념과 어휘들 중에서,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예쁜' 우리말로 번역되어 정착한 용어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학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서양음악 용어를 우리말로 정확히 이해하고 옮겨 적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우리보다 일찍이 서구 문명을 수용했던 일본에서는 근대화 과정에서 일찍이 수많은 용어들을 한자어 또는 일본 고유어로 번역했지만, 그 중 마땅한 번역어를 찾지 못하고 소리나는 대로 카타카나 표기를 하는 사례도 많다. 또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한자어나 고유어로의 번역어 자체를 배제하려는 학자들도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우리말로 번역된 글을 읽을 때 종종 발견하게 되는 음악 용어의 표기 오류에 관해 기록해 두려고 한다. 교정 교열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표준어 또는 특정한 용어를 어떤 식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엄격한 규정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문맥상 적절한 표현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선 살펴볼 내용은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인 음정에 관한 부분이다.


... 옥타브의 비율은 1대2이다. 그리고 네번째 옥타브는 4대3, 다섯 번째 옥타브는 3대2임을 밝혀냈다.

(F.M.콘퍼드, 「천체의 음악」, 이명훈 옮김, 『쓰여지지 않은 철학』 , 라티오, 2008. p.50~51.)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It came to light that the ratio of the octave is 1:2; of the fourth, 4:3; of the fifth, 3:2.

(F.M.Cornford, 'The harmony of the spheres', "The Unwritten Philosophy and other essays" p.19.)




피타고라스의 음계 연구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음정(interval/音程)에 관한 이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번역문의 어떤 부분에 오류가 있는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모노코드(monochord)와 피타고라스의 완전협화음정(perfect consonances)에 관한 구체적인 이론에 관해서는 이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원문의 강조 부분을 살펴보자.


the ratio of the octave = 옥타브의 비율


여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어지는 번역문에서는

the fourth / the fifth

이 두 용어를 모두 '옥타브'를 수식하는 표현으로 이해한 것 같다.


우리말에서 음정을 셀 때는 접미사 '도(度)'를 사용한다. 일본어에서도 마찬가지로 '度[ど]'라고 한다. 영어권 표기에서 '度'를 포함하는 음정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인용문에서처럼 순서를 나타내는 서수(序數)를 활용한다. second는 2도(度), third는 3도, fourth는 4도, fifth는 5도.. 같은 식이다 보니, 우리말로 이해할 때에 인용문과 같은 착오가 발생하기 쉽다.


다만 모든 서수를 그대로 '도'를 붙여 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음으로 구성된 음정인 '1도'(일본식 표기로 '同度' 또는 '1度')는 first가 아니라 unison, 8도는 eighth보다는 octave라고 칭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둬야 하겠다.


M_Octave_Fourth_Fifth.png <이미지 출처: http://www.sacred-geometry.es/sg/sites/default/files/images/M_Octave_Fourth_Fifth.png>



위의 인용문은 다음과 같이 수정되면 좋을 듯하다.


옥타브의 비율은 1대2이다. 그리고 4도는 4대3, 5도는 3대2임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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