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정 표기에 관한 오류 (3)
서양음악의 수용과 함께 서양음악 관련 용어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정착시키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용어들은 전문적인 학술 용어로서보다는 연주 실제에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경향이 있으며, 대체로 초중등 음악교육 영역을 중심으로 공유되어 왔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서구 역사에서 음악은 예술이기 이전에 철학적 탐구의 대상이었다. 일찍이 피타고라스, 플라톤 등의 고대 문헌에서, 음악은 우주의 조화와 질서를 논의하는 학문으로 등장한다. 이후 중세 학문의 기초를 이루는 ‘자유학예(Liberal Arts)’의 한 과목으로, 또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다져온 음악의 오랜 역사는 관련 용어의 계보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음악용어에 대한 학술적 접근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한 첫 단계로, 우리나라에 간행된 일부 번역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음악 용어의 오류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계기로 서구 학문에서의 음악용어의 중요성과 올바른 용어 사용의 필요성이 환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계속해서 음정에 관한 용어 사용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 편, 『중세 1 : 476~1000 :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 시공사, 2015, p.867.)
해당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Il Medioevo (secoli V-X) - Musica (25). E-book di Umberto Eco)
문장 구조를 다듬는 작업은 이후에 기회를 마련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음정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번역문에서는 '옥타브'에 해당하는 ottava를 모두 '8개' '8음정' 등으로 옮기며 '옥타브'라는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고대 음정이론의 출발점이 옥타브에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처럼 중요한 용어를 놓쳤다는 사실은 놀라운 한편 아쉽다.
그리고 각 음정의 명칭을 4음정, 5음정, 8음정, 12음정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음악이론 용어에서는 기본적으로 각 숫자에 '도(度)'를 붙여 표기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렇게 되면 '4도, 5도...'만으로도 이미 음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므로, 굳이 '음정'을 또 붙이지 않아도 된다. 정확한 표기를 위해 '4도 음정, 5도 음정...'으로 쓸 수는 있겠지만, 번역문의 본문에서처럼 '4음정, 5음정...'이라는 표기는 적절하지 않다.
또 하나 중요한 요류가 있다. 원문의 다음 부분
영어로는 "3: 2 (fifth interval), and 4: 3 (fourth interval)" 이다.
그런데 번역문에서는 이 두 음정과 비율이 다음과 같이 잘못 대응되어 있다.
4음정의 비례(3:2)와 5음정의 비례(4:3)
우리말로 정확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고쳐야 하겠다.
또한 doppia ottava (4:1)는
2개의 8음정 (4:1)이 아니라
ottava piu quinta (dodicesima, cioe 3:1)는
8음정의 비례와 4음정의 비례(12음정의 비례 3:1)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