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 표기에 관한 오류 (1)
지금까지 음정(音程, interval)의 우리말 표기에 관한 몇몇 오류 사례들을, 실제 출판된 책 속의 문장을 예로 들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음정과는 조금 다른 화음(和音, harmony)에 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 ‘자유의 사수’ 마지막 장면 중에서 은자의 기도에 나오는 거야. 다장조의 4~6도 음정으로 팀파니, 트럼펫, 오보에가 도입되면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반음 음정이지."
(토마스 만, 『파우스트 박사 1』, 김해생 역, 필맥, 2007, p.228)
"... , aufhellender Halbton-Abstand wie im Gebet des Eremiten im Freischutz-Finale, bei dem Eintritt von Pauke, Trompeten und Oboen auf dem Quartsextakkord von C."
(Thomas Mann, "Doktor Faustus", Fischer Taschenbuch Verlag, 2013, p.191)
*「자유의 사수(Der Freischütz, 1821년 초연)」는 독일인 작곡가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오페라로, 우리에게는 일본식 번역 제목 「마탄의 사수(魔弾の射手)」로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본문의 Quartsextakkord를 의미에 따라 나누면
Quart-sext-akkord 가 된다.
즉 , 4도를 의미하는 Quart + 6도를 의미하는 sext(e) + 화음을 의미하는 akkord가 합성된 단어이다.
같은 화음을 프랑스어에서는 Accord de quarte et sixte라고 표기한다.
여기서 4도, 6도는 각각 해당 조(여기에서는 C장조)의 으뜸음(Tonic)과 이루는 거리 관계를 나타낸다.
즉, 으뜸음 C와 4도를 이루는 F, 6도를 이루는 A음이 각각 여기에 해당한다.
오선과 건반 위에 표기한 다음의 이미지들을 통해 각 음 사이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각 음들의 역할과 위치를 확인했으니, 본문에서 언급된 화음의 성격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위의 이미지에 표기된 각 화음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 Grundstellung / 기본 위치 (Grund-stellung)
* Sextakkord (Erste Umkehrung) / 6화음 (Sext(e)-akkord) (첫째 자리바꿈 轉回)
* Quartsextakkord (Zweite Umkehrung) / 46화음 (둘째 자리바꿈)
자리바꿈 화음에 붙는 숫자는
제일 밑에 놓인 음과 위에 얹은 음의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각 화음을 가리킬 때에는 '기본화음, 첫째 자리바꿈화음, 둘째 자리바꿈화음'이라고 하면 정확한데,
간단히 각 음 사이의 관계를 가리키는 숫자로 화음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6화음(육화음), 46화음(사륙화음) 같은 식이다.
『파우스트 박사』의 본문 내용은 다음과 같이 수정하면 좋을 듯하다.
"... ‘자유의 사수’ 마지막 장면 중에서 은자의 기도에 나오는 거야. 다장조의 둘째 자리바꿈 화음(또는 46화음)으로 팀파니, 트럼펫, 오보에가 도입되면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반음 음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