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음악학자의 독일스러움이란?

유럽문화와 언어를 다루는 영어권의 관점에 관하여

by yoonshun


“…most of them complain that his focus is too narrowly German, as well.”


“…he is too German”


“Dahlhaus’ Germanness is, in a way, central to the difficulties…”


영어권에서 번역된 달하우스 저작에 관한 (주로 1990년대 초반의) 리뷰들을 찾아 읽다 보니, 독일인 저자의 독일성?에까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당히 불만?을 표하는 미국 연구자들의 뻔뻔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별로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요즘 이런 저런 글들을 읽는 과정에서 문득 영어권의 유럽책 번역에 관한 웃픈? 기억을 하나 떠올리게 되었다.


10여 년 전 한창 일본어로 책 읽는 재미에 빠져들기 시작하던 무렵, 일본국제교류기금 도서관에서 호기심 반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 1980) 일본어 번역본을 빌렸다. (『薔薇の名前』 河島英昭訳、東京創元社(上下)、1990年) 열린책들에서 나온 한국어판(1986)과 비교해서 보면 공부도 되고 재미도 있을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계획은 시작부터 흐트러졌는데, 어디서부턴가 한국어판에 여러 문단이 (곳곳에 대량으로)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때까지는 한국어판 “장미의 이름”이 영어판(1983)의 중역이라는 걸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어 번역 과정에서 임의의 편집 절차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했었다.


이 때 한남동에 있는 주한이탈리아문화원 도서관에 이탈리아어 원작이 소장되어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직접 가서 책을 빌려왔고, 일본어판은 이탈리아어판을 원작으로 번역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영어 번억본(The Name of the Rose, 1983)까지 구해서 무려 네 언어의 ‘장미의 이름’ 지옥에 빠져들게 되는데,


그런데 이미 2005년에 출간되었던 “움베르코를 둘러싼 번역 이야기”(열린책들, 2005) (ウンベルト・エコ他 著, エコの翻訳論──エコの翻訳とエコ作品の翻訳論, 谷口伊兵衛 (翻訳), 而立書房, 1999)에 영어판 “장미의 이름” 번역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생략된 내용들에 관한 사정들이 수록되어 있기도 했고,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달하우스의 “독일스러움”에 영어권의 (일반 독자도 아니고) 음악 연구자들이 항의에 가까운 반감을 표했던 것처럼, “장미의 이름”의 바탕을 이루는 중세 유럽 수도원 전통과 무수한 기호들이 영어권에서 호감을 얻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호소력을 가졌던 것은 아무래도 ‘추리소설’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하며, 번역자가 중세 수도원을 (일종의 테마파크 같은) ‘배경’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데 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보게 된다.


영어 번역서 출간 30주년 즈음이던 2014년 “퍼블리싱 퍼스펙티브(Publishing Perspectives)”에는 “장미의 이름”같은 어려운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은근히 냉소적?으로 분석하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원문읽기



그밖의 다른 언어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번역을 진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 세계에서 무려 5천만부 넘게 판매되었다는 “장미의 이름”의 폭발적인 인기에는 ‘압축된’ 영어판의 역할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번역자 윌리엄 위버(William Weaver, 1923-2013)의 부고기사에 인용된 에코의 한 마디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듯하다. ☞원문읽기


> Half jokingly, Eco said that Weaver's translation of his metaphysical whodunnit The Name of the Rose (1980) was "much better than the original". <

(Ian Thomson, “William Weaver obituary”, <The Guardian>, Nov 18, 201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NHK 교향악단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