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서양문화 수업료?

20세기 초 일본의 백과사전 광고를 둘러싼 장면들과

by yoonshun


"...요지로洋次郎는 이것을 타임즈사가 일본에서 백과전서를 판매한 방법에 비교하고 있다.“ (夏目漱石、『三四郎』、新潮文庫、p.288 )


신초문고판 “산시로”의 후반부에는 일본 근대문학 연구자 미요시 유키오(三好行雄, 1926-1990)가 집필을 담당한 주석들이 실려있는데, 주로 서양의 인물이나 문화, 역사 등에 관한 사항들을 해설하고 있다. (일본문학을 전공하면서 서양역사와 문화도 깊이있게 알아야 하고, 동아시아의 연구자들은 두 배로 고되다.)


아무튼, 인용한 문장 중 ‘타임즈사タイムズ社' 에는 다음과 같은 주석이 붙어있다. > 런던 타임즈사. 영국의 유명한 신문사로 당시 일본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판매할 때, 여기서 말하는 월부 판매 방법을 택했다.<


2022년 게시된 마루젠 150주년 기념 연재 게시물 중에는 1902년에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브리태니커” 월부판매 관련 내용이 있다. (‘산시로’는 1908년 하반기에 아사히신문에 연재된 소설이다.) 마루젠 웹페이지에 첨부된 신문광고 이미지에는 “런던 타임즈 재팬 신문 전면광고”라는 캡션이 붙어있다. 글씨가 흐리고 작아서 잘 알아볼 수 없는 부분들도 있지만, 촘촘히 게재된 ‘주요 구독자購讀者の主なる者‘ 명단을 화족, 관리, 군인, 교육자 등으로 구분해 놓은 부분이 눈에 띈다.



* 마루젠 출판사는 “일본 최초로 대영백과사전의 월부판매를 시작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어판’이라는 표현이 달리 없고 판매 방식만을 강조하고 있는데, 브리태니커 사전의 시기별 출간 역사에 따르면 1902-3년 시점에 35권 구성의 10판이 나왔다고 한다.


* 신문광고에 35冊の大寶典이라는 문구와 함께 서른 다섯 권의 사전 이미지가 실려있는 것을 보면, 이 때 번역본이 아닌 영어판을 판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ブリタニカ百科事典 항목에 따르면, 브리태니커의 일본어 번역판이 출간된 시기는 1972년이다.


(소설가 미즈무라 미나에는 소설 속 산시로가 기차 안에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던 ‘베이컨의 논문집'이 어떤 언어로 써 있었을까, 묻고는 곧 다음과 같이 결론짓는다. "산시로의 무릎 위에 놓인 이 책은 (일본어 번역본이 아니라) 영어 책임은 거의 의심할 수 없다. “산시로” 라는 소설은 무엇보다도 서양어를 일상적으로 읽고 있던 당시의 이중 언어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日本語が亡びるとき―英語の世紀の中で』, p.259)


- 소세키가 ’타임즈에서 일본에 백과사전을 판매했다‘고 썼던 것처럼, 첨부된 신문광고 제목은 “런던 타임즈 사의 대영백과전서”라고 되어있다. ‘런던 타임즈 재팬’이라는 신문은 일본어 신문인가? 영국의 일간지 타임즈(The Times)와 어떤 관계가 있는 매체인가?


- 저 고급스러운 전집을 구매하신 분들은 과연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읽을 수 있었을까? 마루젠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에는 “2엔짜리 책이 500부 판매되면 성공이던 시절”이라고 하는데, 브리태니커 사전은 선금 5엔에 매달 10엔씩 내는 월부 판매로 500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한다. (몇 개월 할부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사례로, 1939년(쇼와 14년) 일본에서 토스카니니 지휘 NBC 오케스트라 연주의 ‘베토벤 심포니 5번’의 4매 구성 음반이 발매되자마자 5만 세트나 판매되었다는데,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팔린 클래식 음반의 사례는 이후에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 음반 한 세트의 가격은 15엔이 넘었다고 한다. (歌崎 和彦 編著, 『証言 日本洋楽(クラシック)レコード史―戦前編』, 音楽之友社,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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