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고음악과 원전연주 유행의 이면

1950년대 LP 대량생산과 클래식 레코드 업계의 흐름

by yoonshun

Curran, T. W. (2015), ”Recording classical music in Britain: the long 1950s“ Unpublished DPhil thesis. Faculty of Music, University of Oxford.


寺西 肇、『古楽再入門: 思想と実践を知る徹底ガイド』、春秋社、2015。


스위스 출신의 신학자 칼 바르트가 1956년 모차르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썼던 글들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궁금했던 부분은, 그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주로 들었던 ‘경로’에 관해서였다. 1886년생인 바르트는 대여섯살 무렵 아버지의 피아노 연주로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접했다고 회상했지만, 이후 그가 일흔이 되던 1956년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기록하고 청취하는 방식은 시기가 지남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타로의 “모차르트와 일본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51년에 처음으로 LP레코드 발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공무원 초임이 5천 5백엔이던 당시, 30센티미터 LP가 1장에 2천 3백엔, 전용 플레이어 한 대는 약 1만 8천엔의 고가품에 해당했다. 도쿄 중심지 니혼바시 인근에서 에도시대부터 이어온 약재 도매상 가문 출신인 이노우에 선생처럼 ‘타고난’ 자산가 집안의 자녀들은 이 시기 음반에 대한 접근성에서 가장 좋은 조건에 있던 이들인 셈이었다. (LP 도입 당시 20대 중반이던 이노우에 선생이 어느 부호의 저택에서 열린 LP레코드 콘서트에서 모차르트 음악의 해설을 맡았던 순간을 회상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 이른바 ‘ 스테레오’ 시대에 돌입하며 LP 생산 매수가 기존의 SP 음반을 넘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 ‘레코드 콘서트‘ 또는 ’명곡 다방’ 같은 곳은 일상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청취할 수 있는 기회였고, 지방 순회 형식의 ’LP카라반’이라는 레코드 콘서트 사례들도 눈에 띈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고가의 LP플레이어 자체가 희귀 품목이었던 현실에서, (일본에서 처음으로 LP생산을 시작했던) ‘일본 콜롬비아’ 같은 음반 회사에서는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레코드 콘서트를 주관하며 음반 판매 홍보와 연계하는 사업을 확장했다.


영국인 음악학자 테렌스 커런의 2015년 옥스퍼드 Wadham칼리지 박사학위 논문(DPhil thesis)은 195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클래식 음악 레코드의 현황을 ‘학술적으로’ 다룬 비교적 최근의 시도이다. 그는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확장이 상업 레코딩의 시작과 맞물려 있음에도, 이에 관한 학술연구나 문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기존에 출간되어 있는 음반과 레코딩 관련 기록들은 주로 현장에서의 일화를 나열하거나 개인적 감상에 치중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또한 도입부에서는 <음반에 기록된 오케스트라 연주 분석> 연구 계획을 제출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주제‘라는 지도교수의 완고한 거절과 마주해야 했던 음악학자 로버트 필립Robert Philip의 1968년 케임브리지 박사과정 시절 경험을 제시하며, 당시 영국 학계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연구의 초점이 되는 1950년대는 테이프 녹음 방식을 활용하게 되면서 편집이 수월해지고, LP와 스테레오 음향 기법 등의 새로운 기술 도입과, 전후戰後 특유의 낙관주의적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녹음 기술의 확장으로 기존에 비해 더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러닝타임이나 인지도 면에서 기존에는 레코딩 된 적 없던 레퍼토리들의 발굴이나 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일종의 ’실험‘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주로 베토벤을 비롯한 19세기 음악에 집중되어 있던 음반 레퍼토리는 20세기 중반의 동시대 음악은 물론, 19세기 이전의 ’과거‘ 음악으로까지 관심을 넓혀갔는데, 이러한 음반 제작의 추세에 따라 고조되기 시작한 이른바 ’고음악early music‘이나 ’원전연주period performance‘ 같은 개념이 실제로 1970년대 이전에는 흔하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러한 맥락을 살펴보는 동안, 20세기 중반 이후 음반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애호가'와,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음악 관련 '연구자' 그룹 사이의 미묘한 차이에 대한 오랜 궁금증들에 조금이나마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신문, 잡지를 비롯한 출판업계나 방송을 통해 유통되어 온 클래식 음악의 한 가운데에 '음반'이 차지해 온 입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대기업 출판사의 편집자를 지낸 일명 ‘모차르티안‘ 이노우에 선생은 물론, 산케이 신문 문화부 기자를 거쳐 음악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고악 재입문"의 저자 테라니시 하지메(1965년생)의 경력 역시 (그밖에 떠오르는 수많은 사례들과 함께) 그야말로 테렌스 커런이 주목하는 1950년 이후 클래식 음악 레코딩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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