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남녀의 여가 생활과 음악의 역할
George Orwell, "The Lion and the Unicorn: Socialism and the English Genius", Secker & Warburg, 1941.
歌川光一, 『女子のたしなみと日本近代: 音楽文化にみる「趣味」の受容』, 勁草書房, 2019。
1950년대 영국의 클래식 레코딩을 주제로 학술적 접근을 시도한 테렌스 커런의 논문에서는, 이 시기 LP 레코드와 오디오 기기 보급이 늘면서 음반 수집과 감상을 취미로 삼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는 언급과 함께 조지 오웰(1903-1950)이 집필한 1941년 에세이 “사자와 유니콘” 중 첫 번째 장에 해당하는 “England Your Englad”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2차대전 중 나치 독일군이 영국에 공습을 가하던 시기 발표된 이 글에서 오웰은 나치 독일과 파시스트의 이탈리아를 상대로 차별되는 영국만의 독자적 근성들을 위주로 글을 전개해 간다.
그 중에서 커런이 주목한 부분은 영국인들의 “취미와 여가에 대한 중독, 영국인 특유의 개인성(‘the addiction to hobbies and spare-time occupations, the privateness of English life’)”에 대한 오웰의 서술이다. [“조지 오웰 산문선”(열린책들, 2020)에 한국어 번역본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커런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음반과 오디오처럼 ‘여성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던’ 기술을 바탕에 둔 취미는 주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고, 당시의 상업 광고도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었음을 강조한다. 초창기부터 (어쩌면 지금까지도) 클래식 음악의 음반을 해설하고 평론하던 주요 인물들이 대개 (서구에서든 동아시아에서든) 고학력 부유층의 남성들 중심이었던 상황에 설득력을 더하는 해석이다.
반면 서구화 시기에 접어든 일본인 여성들 사이에서 공유되어 온 ‘교양(嗜み)’의 여러 덕목 중에서도 특히 '음악’을 중심으로 진행한 우타가와 코이치의 연구는 근대 일본의 여성 교양에 대한 인식의 성립 과정을 파고든다. 단순히 여가로서의 취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사회진출에 대응해 여성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 조건으로서 ‘신부수업’의 원형이 정착하면서, 샤미센으로 대표되던 전통음악에서 20세기 후반 일본의 중산층을 중심으로 ‘붐’을 일으킨 피아노 교습 문화에 이르기까지, 직업이나 전공과는 별개로 여성들의 필수 교양으로 자리매김 해 온 음악의 위상과 역할을 살펴본다.
고가의 음반과 오디오를 수집하거나 감상하던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에 대해서는 직접 악기 연주를 연습하며 ‘수양’하는 것을 의무이자 미덕으로 여겼던 정서는, 일본 뿐 아니라 20세기 후반 동아시아에서도 상당 부분 공유되었다.
이 책은 1985년생인 저자가 지난 2016년 도쿄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연구를 기반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교토대에서 공부하던 학부 시절부터 줄곧 교육학 공부를 하며 취미나 여가에 관한 주제들이 주류가 되지 못하는 학계의 관행에 의문을 가져 왔다는 저자는, 여성 교양을 주축으로 하는 교육 문화사를 집필하고 싶다는 희망으로 연구를 진행했지만, 논문 심사 과정에서는 ‘해당 주제가 교육학 연구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밝힌다.
테런스 커런이 2015년 옥스퍼드 학위논문으로 제출한 음반 연구의 도입부에서 명시한, “음반에 관한 주제가 꽤 오랜 기간 학술 연구 대상으로 인식되지 못했던” 20세기 영국 학계의 흐름과도 어쩐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