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나는 6펜스를 줍는 사람인가, 달을 쫓는 사람인가?
나는 내가 6펜스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고 늘 달만 쳐다보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은 달을 보는 척하며 발아래 떨어진 6펜스를 흘긋거리는 사람이었다. 물질세계의 안정과 가족을 포기하고 외로움과 궁핍을 견디며 예술을 향해 떠나버린 스트릭랜드를 곁에서 보았다면, 나는 분명 비난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 번인가 남편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할 때, 대놓고 말리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가엾게 보이며 “우리”를 생각해 직장에 남도록 붙든 적이 있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나 역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달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아득해진 채, 나이만 먹고 있다. 오늘 밤, 보름달이 뜬다고 한다. 땅에 붙어버리려는 눈을 들어 달을 바라보면 어떨까.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나는 재능이 없다는 게 좋은 핑계라고 생각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핑계. 하지만 아니었다.
아직도 우아한 자유형이나 멋진 접영을 꿈꾸는 나는 절박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다.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고, 2025년 2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 출간 예정.
강연 신청 및 상위 1% 독서 커뮤니티 무료입장, 1:1 글쓰기 코칭 신청
https://link.inpock.co.kr/sohee_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