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num & mason- Fortmason
계절은 왜 늘 비와 바람을 앞세우고 나타나는가
-조용미 시 ‘가수면의 여름’ 중
인정하기 싫지만 날씨나 계절을 많이 탄다. 한바탕 비가 내리고 가버리면 우울하게 가라앉으려는 마음과 힘겹게 싸우곤 한다.
오랜만에 Fortnum & Mason의 Fortmason을 꺼냈다.
차를 우리는 동안 맛과 향을 깊게 하기 위해 찻잔 덮개로 덮어놓고 기다린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큰 기대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찻잔 덮개를 여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덮개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컵 안에서 부풀대로 부푼 꽃향기가 터지듯 흘러나온 것이다.
꽃 향, 과일 향, 꿀 향이 난다는 기문 홍차가 베이스여서 그런지 재스민 같은 동양적인 꽃내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절대 가볍지 않은.
무감각, 무감동, 무기력.
우울증 3종 세트에 지배를 받고 있던 나를 아름다운 향기로 깨워 살아나게 만들다니. 차 한 잔에 눈물이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