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서 배정, 첫 만남

삐약이 교사인 내가 생활안전부라고?

by 윤소흔


무엇이든 처음의 기억은 굉장히 중요하다. 처음의 기억이 강렬할수록 그것은 이후 삶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같은 맥락으로 교사에게 있어서 첫 학교와의 만남만이 아니라 첫 부서 배정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흔히 일이 많거나 고된 부서에 처음 배정되게 되면 그 후로도 계속 같은 부서 업무를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같은 부서에 계신 선생님들께 왜 이 부서에 오게 되셨냐고 여쭤보았을 때 나오는 대답이 다 '첫 배정된 부서의 업무였어서.' 였을까.



나는 첫 부서로 생활안전부를 배정받았다. 생활안전부라고 하면 조금은 낯설 수 있지만 예전의 학생부, 생활지도부와 같은 부서이며 현재 '지도'와 같은 부정적인 어감을 줄이고 학생들의 학교 생활 속의 안전을 맡는다는 의미에서 생활안전부라고 불리고 있다.



생활안전부. 즉, 학생부의 업무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활지도를 하고 일부 부족한 학생들은 안내와 선도를 함께 진행하는 일들이 주로 진행되었다. 학교에 학생이 있는 한 절대 빠지지 않을 중요한 부서였지만, 그만큼 학생과의 갈등에서도 최전선을 맡은 만큼 마음도 많이 상하기도 하고, 흔히 말하는 '몸으로 부딪히고 부대끼며 으쌰 으쌰 하는 부서'였으며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3대 기피 부서' 중 하나였다.


그것을 모두 알고 있었던 이유는 평생을 교단에 서셨던 어머니께 들은 바가 많았던 탓이었다. 걱정에 앞선 내게 어머니께서는 '막내라면 당연히 거쳐가야 할 부서'이며 '단언컨대 배울 것이 가장 많은 부서'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말씀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배정받은 생활안전부는 부장 선생님을 포함한 총 10명으로 구성되어 굉장히 커다란 규모를 자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심지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 모르는 초보 교사인 내게 맡겨진 업무는 환경 쪽이었다. 어리둥절한 나를 보며 부장님을 비롯한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고 어떤 걱정을 하셨을까? 지금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해맑은 아가 선생님이 왔구나. 하셨을 것 같다.


학창 시절 한 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었던 탓에 학생부에는 갈 일이 없었고, 그랬던 내 기억 속의 학생부 선생님들은 늘 무서운 표정을 짓고 교문 앞에 서 계신 모습뿐이었다. 다소 차갑고 무거우며 진지한 느낌, 그것이 학생부 소속의 선생님들께 느껴지는 공통적인 느낌이었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해맑은 나와는 전혀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 나에게 가장 먼저 다가와주신 분은 다름 아닌 부장 선생님이셨다. 내가 해야 할 업무에 번호를 달아가며 하나하나 읊어주시다가, 조금씩 늘어나는 업무 목록에 미안함을 담은 목소리로 힘든 것은 함께 할 테니 걱정 말라며 격려해주신 분. 이런 자상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매너가 넘치는 분이 생활안전부 부장 선생님이라니. 내가 알고 있던 학생부의 이미지가 완벽하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첫 업무에 아무것도 몰라 버벅거리자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시고 도와주시던 부장 선생님부터 옆자리로 만나 반갑다며 인사해주시던 선생님, 역부터 먼 출근길에 망설임 없이 차에 태워 함께 출퇴근해주시던 선생님, 바쁜 와중에 미처 챙기지 못한 내 물건을 챙겨주시던 선생님, 첫 시작에는 FM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꼼꼼히 매뉴얼을 알려주시던 선생님, 조용하게 다가와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조언과 도움을 주시던 선생님들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한 조합의 부서였다. 그 모든 선생님들께서 첫 업무를 맡은 아가 선생님을 돌보고 신경 써주시고 도움을 주셨다. 감사함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고,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밝은 긍정 에너지를 드리는 일이었다. 환한 미소와 인사는 부서에 쌓여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학교에 또 다른 가족이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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